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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해변의 폴린느 (Pauline A La Plage , Pauline At The Beach , 1983)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감정적으로 몰입된 건 오랜만이다.

인물들의 속물적인 면모에 화도 나도 상황에 공감도 되고.

홍상수 영화에서 영화적 쾌감을 느꼈던 순간이 떠올랐다.

홍상수 영화의 수식어로 에릭 로메르의 이름이 거론될 때 늘 이 세계가 궁금했는데, 처음으로 본 에릭 로메르의 세계는 다행히도 내게 공감가능한 세계였다.

필립 가렐 영화 볼 때처럼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남프랑스 여행에 대한 로망이 다시 커진다.

배경이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수영을 즐긴 여행이 없어서 이런 여행지 풍경 보면 늘 로망이 생긴다.


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게 발언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등의 사랑방식.

누가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그것에 대한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이들은 속물이다.

오히려 자신이 속물이 아니라고 하는 게 가장 속물이고.


고전영화는 늘 진입할 때마다 두렵다.

에릭 로메르의 세계는 일단 기분 좋게 진입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가 궁금하다.

부디 '해변의 폴린느'에서 느낀 감정의 동요가 다른 작품에서도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