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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인 어 베러 월드 (Haevnen, In A Better World, 2010)



일요일에 영화 프로에서 소개해준 '인어베러월드'를 보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오랜만에 씨네큐브에 가게 되었다.
한동안 메가박스에서 조조로만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씨네큐브에 간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한 때는 주말마다 씨네큐브에 가곤 했는데 지금은 광화문 역에서 씨네큐브까지 가는 길의 풍경도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씨네큐브에서 기획전으로 '파수꾼','무산일기' 등 한국영화들을 재상영해주고 있는 행사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씨네큐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때마다 뭔가 당황스럽다.
아마 혼자 와서 한적하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씨네큐브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인어베러월드'를 볼까싶었는데 상영관 안도 사람으로 가득했다.
몇 년 동안 씨네큐브 오면서 양 옆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채로 영화를 본 게 아마 처음일듯 싶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음에도 코 한 번 들이키는 것도 괜히 눈치가 보였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동안 콧물과 눈물에다 땀까지 뒤범벅된 얼굴을 수습하느라 힘들었다.

이렇게 범주화시켜서 나누는 것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 영화를 정적인 예술영화라고 설명해야할 것 같다.
즉, 정적인 예술영화라는 단어를 듣고 아니다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 보면서 졸기 딱 좋다.
영화적 재미보다는 메시지가 위주인 영화이기에 그것을 염두해두고 봐야할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폭력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게 된다.
한편 그의 아들은 학교에서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중 반에 전학 온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고 둘은 친구가 된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이 주인공은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가 보는 앞에서 누군가로부터 맞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는 맞으면서도 결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에게도 폭력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때린 이를 보면서 폭력으로 되갚아야한다고 자신의 친구와 함께 생각한다.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는 영화에 등장하는 풍경이 굉장히 멋지다.
또한 평화에 대해서 상추적인 방식이 아니라 일상의 사건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표현한 앤더스 토머스 옌센의 시나리오가 좋았고, 수잔 비에르의 연출은 절제할 때와 터뜨려야할 지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아프리카와 덴마크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곳이지만 한 곳에서 일어난 폭력은 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영화는 폭력과 그 폭력에 대해서 용서하거나 분노하는 과정에 대해서 답을 정의내리기보다 관객에게 계속해서 질문한다.
몇몇 장면에서는 스크린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힘들만큼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질 것 같아 불안하다
쨍그랑 큰 울음 한번 울고 나면
박살난 네 몸 하나하나는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큰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을 네가 바위라면
유리가 되기 전까지 수만 년
깊은 땅속에서 잠자던 거대한 바위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깨진다 한들 변함없이 바위요
바스러진다 해도 여전히 모래인 것을
그 모래 오랜 세월 썩고 또 썩으면
지층 한 무늬를 그리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시 바위가 되는 것을

누가 침을 뱉건 말건 심심하다고 차건 말건
아무렇게나 뒹굴어다닐 돌이라도 되었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투명하지만 반들반들 빛이 나지만
그건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일 뿐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유리에게' 김기택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 것은 아이들이다.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자라나면서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김기택 시인의 시 중에서 '유리에게'라는 시가 떠올랐다.
내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보다도 내가 지켜줘야할 나약한 존재의 연약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과연 이 영화의 질문들에 대해서, 폭력에 대해서 이 영화처럼 '용서'라는 답을 쉽게 꺼낼 수 있을까.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자꾸만 날 부끄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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