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쌍둥이 남매가 있다.
이들은 어머니의 유언장에 적힌 내용을 듣고 놀란다.
유언장에는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있는 지도 몰랐던 큰 형을 찾으라고 적혀있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이루지 못하면 장례를 제대로 치루지 말라는 말에 쌍둥이 남매는 자신의 아버지와 큰 형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어머니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반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면, 충격적인 반전(反轉)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사실 굉장히 흔한 반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영리하게 배치를 함으로서 관객으로 하여금 반전에 충격적으로 반응하게 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부분은 '그르바비차'를 연상시키지만, '그을린 사랑'의 화법이 더 좋았다.
두 영화 모두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 여인의 수난사이기도 하다.
'그을린 사랑' 속 한 여인에게는 상상 속에서조차 항상 사랑으로만 품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아들을 보기 위해서 그녀는 전쟁에 뛰어들고, 그 전쟁은 결국 그녀에게 비극을 초래한다.
아들을 보고자 했던 그녀의 비극은 결국 그녀의 삶을 무너뜨린다.

영화 시작부터 등장하는 라디오헤드의 'You and Whose Army?'는 마치 이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테마곡 같다.
사실 초반에 이 곡이 등장할 때만 해도 이 영화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지는 전혀 몰랐지만.

'함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야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 한마디를 위해서 먼 길을 돌아온 한 여인의 비극.
정말 쉬운 답임에도 불구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수학책을 몇 권씩이나 풀어버린 뒤 그 답을 보니 그 답이 너무 쉬운 답이어서 허무한, 그런 느낌이다.
박평식 평론가의 표현대로  ‘증오는 애정의 재’라는 말이 이 영화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복수와 용서가 한 번에 일어나는 현대판 비극이라고 이 영화를 설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