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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헤어드레서 (Die Friseuse, The Hairdresser, 2010)



한 여자가 있다.
문제는 이 여자, 무척이나 뚱뚱하다.
뚱뚱하다고 차별받는 것이 많은 그녀.
그렇지만 그녀는 낙천적으로 씩씩하게 살아간다.

비가 한동안 너무 많이 와서, 특히 광화문 쪽에도 비가 많이 와서 씨네큐브가 떠내려가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무튼 다행히도 '헤어드레서'를 보러 간 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씨네큐브 1관에서 영화를 본 적은 많아도, 2관에서는 많이 본 적이 없다.
2관은 71석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상영관 자체가 굉장히 아담하다.

아담한 상영관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고, '헤어드레서'를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 모두 같은 것을 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기분 좋았다.
최근에 씨네큐브에 올 때마다 사람이 많아서 놀라는데, 덕분에 관객들끼리 소통하는 느낌을 자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 모두 영화 속 주인공인 뚱뚱한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고, 그녀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씨네큐브에서 '그을린 사랑'을 보고나서 30분 뒤에 바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전 영화의 어두운 기운이 가시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씬이 바뀔 때마다 과연 그녀가 얼마나 유쾌한 일을 벌일까라는 생각으로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특히 베트남 남자가 등장하는 부분은 어찌나 웃기던지.

유럽의 실업사태나 불법 이주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사회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웃음과 연결지어서 표현한다.
뚱뚱한 여자가 처한 상황이 씁쓸할 법도 한데 그녀의 낙천적인 태도에 덩달아 관객들까지 즐거워진다.

낙천적인 그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모든 것을 잃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녀가 낙천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의 차별 속에서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낙천주의뿐이지 않았을까라고 느꼈다.
세상이 우리에게 낙천적으로 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낙천적이지 않으면 너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응원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보는 내내 웃을 수 있고, 기분 좋아지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 웃으면서 맞을 수 있는 치유주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