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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바스키아 (Basquiat, 1996)



영화가 몹시도 보고 싶었다.
과제랑 시험이 많았던 한 학기라서 맘 놓고 영화 보기가 힘들었다.
거의 몇 달 동안 영화를 못 보다가 드로잉 수업 시간에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미술학과 수업답게 화가인 바스키아의 생에 대해 다룬 영화인 '바스키아'를 보았다.

줄리앙 슈나벨의 영화 중에 '비포나잇폴스'를 별로 안 좋아했기에 그의 데뷔작인 이 영화를 안 보고 넘어갈 확률이 높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너무 배고픈 상태로 무엇인가를 먹을 때 다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 영화도 한동안 영화를 못 보다가 오랜만에 보게 된 영화여서 재미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줄리앙 슈나벨은 실제로 바스키아와 동시대에 함께 활동한 유명한 화가 출신이다.
화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영화 속에는 멋진 이미지가 많다.
다만 서사보다 이미지 위주이기 때문에 생략과 함축적인 장면이 많아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 또한 많다.

줄리앙 슈나벨의 '비포나잇폴스'를 본 것은 전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 하비에르 바르뎀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남자배우가 하비에르 바르뎀과 베니치오 델토로인데, 반갑게도 '바스키아'에는 베니치오 델토로가 바스키아의 친구 역할로 등장한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다른 영화에서는 한 명 보기도 힘든 연기파 배우들이 엄청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단 바스키아의 친구였던 앤디워홀 역할로 데이빗 보위가 등장한다.
내게는 전적으로 뮤지션의 이미지가 강한 데이빗 보위가 배우로 나와서 놀랐다.
바스키아 역할의 제프리 라이프나 앤디워홀 역할의 데이빗 보위 둘 다 연기뿐만 아니라 겉모습도 상당히 비슷하다.

게리 올드만, 데니스 호퍼가 조연으로 나오고, 기자로 잠깐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웰켄과 수리공으로 나오는 월렘 데포까지 출연진이 굉장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는데, 월렘 데포와 바스키아(제프리 라이프)가 미술관에서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는 장면이다.
월렘 데포가 바스키아에게 사실은 자신도 미술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데 나이 마흔에 아직도 무명이라서, 세상에 아직 알릴 것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참 좋았다.

영화 보고 나서 좀 아쉬운 느낌도 '비포나잇폴스'와 비슷하다.
예전에 바스키아의 그림으로 디자인한 어느 브랜드의 티셔츠를 좋아해서 많이 입고 다녔었는데 지금은 잘 안 입는다.
볼 때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는데 아마 훗날 내가 찾아서 또 볼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영화보다도 영화 속 줄리앙 슈나벨이 직접 그렸다고 하는 그림들과 몇몇 좋은 이미지들을 다시 찾아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