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관련해서 좋은 영화는 넘쳐난다.
'크리드'와 '록키'의 마지막 경기는 벅찰 정도고, '성난 황소'는 복서를 넘어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그러나 완성도를 떠나서 내 삶에 가장 크게 들어온 작품은 '백엔의 사랑'이다.
32살의 히키코모리가 처음으로 세상에 발을 디딘다.
단골이던 백엔샵에 아르바이트생으로.
거지 같은 인간들이 바글바글하고 인생은 더 꼬인다.
그럼에도 발을 디뎠기에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복싱을 시작한다.
세상은 나를 마구 때린 뒤에 위로 한마디 없지만, 복싱은 서로 죽일듯 때린 뒤에도 서로를 위로해주니까.
세상보다 링 위가 더 따뜻하니까.
그녀를 보면서 최근 내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세상의 기준에서 내 삶은 그 무엇 하나 빠르지 않다.
보통의 속도는 커녕 대부분 느리다.
내가 나만의 속도로 가고 싶어도 주변에서는 참 많은 눈치를 준다.
과연 나는 나의 속도로 갈 수 있을까.
제자리걸음처럼 보이는 나의 걸음이 전진이었음을 깨닫는 가장 좋은 스포츠는 복싱일지도 모른다.
제자리에서 밟는 복싱스텝과 줄넘기도 결국 실력의 전진이니까.
당분간 이치코를 계속 떠올릴 듯 하다.
안도 사쿠라는 잊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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