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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고흐, 영원의 문에서 (At Eternity's Gate , 2018)

오랜만에 본 줄리안 슈나벨의 영화다. 

학교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드로잉 수업 때 '바스키아'를 보고, 하비에르 바르뎀이 좋아서 '비포 나잇 폴스'를 봤는데 둘 다 내게 큰 감흥은 없었다.

몇몇 장면은 아름다웠지만 전체적으로 내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아니었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이전작들에 비하면 제법 와닿는 구석이 있었다.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내 상황 때문일 거다.

줄리안 슈나벨의 전작들을 다시 본다면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르지 않을까.

 

'바스키아'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윌렘 데포가 짧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길지도 않은 장면인데 왜 그렇게 인상적이었을까.

윌렘 데포는 비중에 상관없이 늘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그가 고흐로 등장하니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인사이드 르윈'의 오스카 아이삭이 고갱으로 나온 것도 흥미로웠다.

신부로 나온 매즈 미켈슨, 고흐가 머물 거처를 마련해준 의사로 나온 마티유 아말릭까지 좋아하는 배우들이 화면을 계속 채워줘서 보는 재미가 컸다.

 

무엇보다도 화면이 아름다웠다.

고흐를 체험하게 하고 싶다는 의도가 느껴질 만큼 핸드헬드로 찍은 장면이 많다.

줄리안 슈나벨이 윌렘 데포에게 붓 잡는 법부터 다 알려줬다는데, 그림 그리는 장면부터 고흐가 바라보는 들판과 하늘은 내내 아름답다.

촬영감독도 개인전을 따로 하는 화가 경력이 있다는데, 그런 배경들이 영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화면 일부가 블러 처리한듯한 필터를 사용한 것도 고흐의 상태를 보여주는 장치로 적절했다고 본다.

 

고흐가 봤던 세계가 영화 속에 보여진 아름다운 풍경처럼 아름다웠을까.

귀를 자르는 장면 같은 자극적인 장면의 묘사보다듣 고흐가 봤던 세계의 아름다움에 좀 더 시간을 쏟는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세상을 아름답게 혹은 무심하게 보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보고나서 딱히 고흐의 그림을 보고 싶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스케치 하며 여행을 하는 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이 유명한 도시보다 평화로운 도시로 여행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