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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도쿄 소나타 (トウキョウソナタ , Tokyo Sonata , 2008) 정말 오랜만에 본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이다. '큐어'는 인생영화이고,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 중에 호러가 많은데 호러를 안 좋아해서 그의 초기호러작들은 거의 안 봤다. 08년도 작품이지만 현 시대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한 내용이다. 엔딩은 여러모로 희망적이지만, 가정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인분의 삶을 해내는 것도 너무 힘들다. 가족은 커녕 내 삶을 꾸리는 것도 고달프다. 글을 쓸 때 '희망'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마법의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젠 그 마법도 사라져가는 듯 하다. 차라리 희망이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쓰는 게 좀 더 나은 것 같다. 더보기
전망 좋은 방 (A Room With A View , 1985) 비포 시리즈 이전에 '전망 좋은 방'이 있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교복을 입던 시절에 명작이라고 평가 받는 영화들을 공부하듯이 봤었는데, 그때 보자고 해놓고 미뤄둔 작품 중 하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렇게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여전히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중에서는 '모리스'가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는 E.M.포스터의 작품 '전망 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로 오스카에서 각색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대부분에서 각본을 맡았다. 그러나 오히려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색을 맡은 '모리스'가 좋다고 느꼈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파트너인 이스마일 머천트,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가 세상을 떠난 게 어쩌면 제임스 아이보리가 최근에 영화를 연출하지 않는 이유일까. 이탈리아.. 더보기
하워즈 엔드 (Howards End , 1992) 엠마 톰슨은 최고의 배우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엠마 톰슨이 따뜻하게 웃을 때의 표정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렬한 위로다. 게다가 내내 따뜻하게 웃다가 한번 울컥해서 울 때면 나의 마음도 무너진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인 이유는 아마 엠마 톰슨의 표정 때문일 거다. 물론 엠마 톰슨의 탁월한 각색도 한몫하겠지만. '하워즈 엔드'으로 엠마 톰슨은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엠마 톰슨이 받은 건 기쁜 일이지만 엠마 톰슨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모든 것을 껴안고 계급과 계급을 연결하려는 엠마 톰슨의 캐릭터는 엠마 톰슨 특유의 표정과 잘 어울린다.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헬레나 본햄 카터다. 늘 팀 버튼의 작품 속 기괴한 이미지만 봐서 그런지, 제임스 아이보리.. 더보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인기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주변에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아이 엠 러브'는 지금도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이고, '비거 스플래쉬'는 영상미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모리스'를 비교하게 되는데 이유는 둘 다 각색을 맡은 이가 제임스 아이보리이기 때문일 거다. 영국시대극을 워낙 좋아하고 계급문제에 대해 좀 더 예민하게 다룬 '모리스'가 좀 더 내 취향이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는 영상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룬 만큼 조금은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다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좀 더 큰 장점이라면, '모리스'가 전적으로 모리스와 클라이브 두 인물의 극이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는 사려 깊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