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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필름시대사랑 (Love and... , 2015) 장률 감독의 '경주'를 재밌게 봤다. 굉장히 위트있고 좋은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였다. '필름시대사랑'은 지금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중인 일반 상업영화와는 완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뤽고다르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서사 없이 각각의 장면들이 따로 전개되는 영화다. 단편적인 장면들은 매력이 있을지 몰라도, 연결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보니 이런 식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한없이 난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필름시대사랑'은 장률 감독이 필름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영화다.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형식을 파괴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내게 '필름시대사랑'의 방식은 썩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장뤽고다르는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지만, 난 의무감을 가지고 그에게 찬사를 보낼 생.. 더보기
아가씨 (The Handmaiden , 2015) 박찬욱 감독은 특별하다. 항상 입버릇처럼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어렵다고 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관객보다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올드보이'는 열 번도 넘게 봤고,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JSA', 단편 '심판'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에,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최근에는 계속해서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평소에 자주 가는 동대문 메가박스, 대한극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아가씨'는 미술, 촬영, 의상 등에 있어서는 박찬욱 감독의 색이 진하게 묻어있지만, 영화 톤 자체는 그의 영화 중에 가장 밝다. 박찬욱 감독이 이런 식으로 희망.. 더보기
자유의 언덕 (HILL OF FREEDOM, 2014) 홍상수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해왔다. 홍상수는 시간의 속성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즉흥적인 작업스타일이 유효할 수 있는 것도 그가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업 전에 카세료에게 일본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마침 가져온 책의 제목이 '시간'이었다고 한다. 완벽하게 세팅한 감독들에게도 풀기 힘든 이야기들이, 홍상수의 시선 안에서는 우연을 통해서 쉽게 풀어지는 이유는 그가 말하려는 메세지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고, 필연 같은 우연에 대해 그려낸다. 남들이 하나의 인위적인 세계를 구축할 때, 그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편지를 읽는 이가 편지를 떨어뜨리고, 순서가 뒤바뀐 편지를 읽게 된다. .. 더보기
마당을 나온 암탉 (Leafie, A Hen into the Wild, 2011) 알만 낳던 암탉이 양계장을 탈출한다. 항상 자유를 갈망하던 암탉은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암탉은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고, 알에서 깨어난 청둥오리는 암탉을 엄마라고 부른다.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개봉한 영화 중에 성공사례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앞으로 좋은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 픽사나 드림웍스가 부럽지 않을만큼 좋은 그림과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지수의 음악도 굉장히 좋았고, 더빙을 맡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좋았다. 상영관이 가족 단위로 온 관객들로 가득했다.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고, 영화 보는 내내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하고, 팝콘과 음료수를 먹이느라 부모님들 대부분은 영화가 아니라 아이를 보느라 바빴다. 영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