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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 2017)



션베이커 감독의 영화를 뒤늦게 찾아본 이유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재밌게 보고 싶어서였다.

'스타렛'과 '텐저린'을 보고 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길 잘했다.

가장 울림이 컸다.

그의 전작을 보며 쌓인 신뢰가 터져버린 작품이기도 하다.

대상에 대해 연민을 가지지 않는, 연출자로서 그가 가진 태도에 대한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가 지금의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가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그게 무엇이라도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작품들과 결과 메세지 모두 비슷하다.

전문배우를 최소화하고, 영화의 배경이 된느 지역이 영화에서 큰 메시지가 된다.

션베이커의 영화 메세지에서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 영화가 내게 걸작인 이유는 마지막 1분이 크다.

35mm필름으로 진행되던 영화가 마지막에 디즈니랜드로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아이폰 촬영으로 바뀐다.

찾아보니 디즈니랜드 촬영 허가를 못 받아서 그렇다고 한다.

음악까지 갑자기 다른 질감으로 나오는데, 내가 가장 취약한 슬픔이 현실을 유예하고 환상을 통해 잠시 도피하듯 꿈꾸는 장면인데 그 지점에 정확히 닿아있다.


우린 무니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놀이의 공간인 영화의 배경은 어른의 눈에는 낙오자의 공간이자 거주지가 아니라 탈출하고 싶은 공간처럼 보여서 내내 불안하고 불편하다.

어른 기준에서는 한없이 취약해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선은 영화 속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라서 무니도 엄마와 이별할 위기에 처한다.

그때 묻게 된다.

무니가 진짜 원하는걸, 무니가 즐거워하는걸 감히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그 기준을 왜 그동안 방치한 우리가 정하는가.

왜 약자들의 연대를 도울 생각을 안 하고, 아예 약자의 세계에서 누군가를 이탈시키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처럼 구는건가.


아예 외딴 세계처럼 보이는 무니의 세계에 타인이 진입하는 순간 현실감이 생긴다.

특히 영화 중반에 신혼여행지를 잘못 잡아서 무니의 모텔로 오게 된 브라질 신혼부부들의 등장이 그렇다.

그들은 무니에게 삶의 터전인 곳을 집시가 사는 끔찍한 곳으로 표현한다.

성매매를 했던 남성도 이 공간에 대해 펌하한다.

무니는 두 사람의 표정을 모두 봤다.

신혼여행 온 여자의 표정을 보며 '어른들이 울기 전 표정을 안다'고 말하고, 성매매남성의 얼굴을 방 욕실에서 목격한다.

전자의 표정에서 엄마의 우는 모습을, 후자의 표정에서 엄마가 나를 먹여살리기 위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을 거다.


지금의 공간에 머문다면 아마 무니는 엄마가 되고, 엄마는 세탁소 아줌마가 될 것이다.

무니는 엄마를 통해 포기하고 참는 법을 너무 어린 나이에 배웠다.


플로리다의 햇살이 비춘다.

햇살이 비추는 아름다운 광경은 찰나다.

그 순간이 끝나면 끼니와 시간을 보낼 걸 걱정해야 한다.


비 온 뒤 무지개보다 햇살을 보는 시간이 더 좋다.

적어도 햇살은 매일 꾸준히 들테니까.

무니에게는 안정감이 더 필요하니까.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그 몽환적인 색이 다른 모든걸 삼키지 때문이다.

흉터나 이물질 정도 묻는다고 티도 나지 않을 만큼 힘이 강한 색이니까.

그래서 무니가 머무는 건물의 색은 보라색일지도 모른다.

무니에게 생기는 삶의 흉터가 가려진들, 스스로는 그게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우린 알고 있다.


부디 이 영화가 끝난 뒤 행복이 있기를.

'한공주'의 마지막에 헤엄치던 공주를 응원하듯, 디즈니랜드성을 향해 달리던 무니의 발걸음을 응원할 거다.

꼭 행복해야 해, 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