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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토르: 라그나로크 (Thor: Ragnarok , 2017)



어벤져스 새로운 시리즈 개봉에 앞서서 그동안 못 본 토르 시리즈 세 편을 몰아서 봤다.

무난했으나 안 좋은 쪽의 무난함이었다.

세 편의 감독이 모두 달라서 그런지 개성이 각각 달랐는데, 좋게 말해 개성이지 비슷한 평작인데 단점이 비슷하게 있다는 느낌이다.


일단 1편은 서사 자체에 빈틈이 너무 많고 작위적이며, 2편은 1편의 단점을 수습하느라 고군분투한 느낌이고, 3편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케빈 파이기는 토르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토르 자체의 개성보단 기존의 마블영화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나 싶다.


3편이 가장 나았던 이유는 그나마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토르에게 망치 대신 번개라는 키워드를 주고, 헐크는 치트키나 다름 없다.

케이트 블란쳇은 반가웠으나 한편에서 짧게 다루기엔 아쉬운 캐릭터다.

오히려 케이트 블란쳇 캐릭터의 전사로 영화를 하나 만들었어도 좋겠다 싶을만큼 매력적이었다.


헤임달로 나오는 이드리스 엘바의 눈빛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반가웠던 배우는 제프 골드브럼이다.

크로넨버그의 '플라이' 속 모습으로 익숙해서 그런지, 파리와 유전자 결합된 그랜드마스터가 행성을 통치하는 느낌이 들어서 재밌었다.


케빈 파이기가 굉장한 이유는 마블의 거대한 세계 안에서 어떤 독립적인 영화를 찍어도 평작은 만든다는 거다.

문제는 관객의 눈은 점점 높아지고, 시리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걸 충족시키기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마블 세계는 여전히 무궁무진 하지만 이젠 무난한 영화가 아니라 독보적인 영화를 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부디 다음 어벤져스 시리즈를 보고 나서 혁신적이라고 평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