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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언 에듀케이션 (An Education , 2009)



옥스퍼드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우등생 소녀 제니.
보수적인 부모님, 엄격한 규율의 학교는 제니에게 지루하게 느껴진다.
우연히 제니는 비오는 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만나는 매 순간이 꿈처럼 달콤한 이 남자에게 제니는 빠르게 빠져들게 된다. 

모범생 소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삶이 흔들린다.
이 얼마나 뻔한 이야기인가.
주인공 이름 제니부터 '제인 에어'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언 에듀케이션'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감정들의 방점이 교육에 찍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절망, 실패, 좌절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육일지도 모른다는 이 영화의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가 감동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각본을 쓴 닉 혼비가 시나리오를 썼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뽑아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린 바버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각본인데, 이 영화만 봐서는 린 바버는 참 좋은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 같다.

제니를 연기한 캐리 멀리건은 빛이 난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다듬어질 원석인 소녀 제니.
캐리 멀리건은 제니 그 자체이다.

이 영화는 캐리 멀리건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언 에듀케이션'은 캐리 멀리건의 표정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큰 퍼즐과 같다.
캐리 멀리건이 나오는 다른 영화들에서도 느끼지만 헤어스타일에 따라서 이미지가 많이 바뀐다는 것도 배우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캐리 멀리건의 필모그래피가 지금처럼 채워나간다며 엠마 톰슨처럼 되지 않을까.
엠마 톰슨이 아무리 짧은 분량이라도 일단 등장만 하면 울컥하고 감동하게 된다.
내게 엠마 톰슨은 항상 따뜻하게 느껴지는 배우이다.
이 영화 속에서 엠마 톰슨은 교장 선생님으로 등장하는데, 애정에서 나오는 냉정한 말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보여준다.

제니에게 프랑스 파리가 낭만적인 도시여서 그런지 몰라도 '미드나잇 인 파리' 못지않게 파리가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
이렇게 파리가 낭만적으로 나오는 영화들을 주로 보다보니 파리에 대한 환상이 용량을 초과해버린 기분이다.

제니는 결국 사랑을 통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사랑에 실패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완성이 없어서 아름다운 게 사랑일 것이다.

선물처럼 다가온 사랑 앞에 즐거워하는게 아니라 당황하게 되는 순간이 늘 때마다 나이를 먹고 있음을 느낀다.
이 선물도 곧 내게 일상이 되고, 또 다른 선물을 찾게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이런 인식은 시간이 내게 준 선물이다.
좋은 선물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한 단어들, 이를테면 절망, 고통, 실패와 같은 것들.
그것이 눈 앞에 왔을 때 외면하고 눈을 감아도 그것들은 내 앞에서 가만히 날 기다릴 뿐이다.
계속해서 미뤄도 어차피 겪고 지나가야 하는 것들이다.

지름길은 없다.
내게 조언을 구하는 누군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다.
지름길이 없다는 말에 위안을 받고 가는 사람들은 대개는 시간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 이들이다.
다만 내게 다시 한 번 확인받고 위로받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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