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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이창동 감독의 전작을 거의 다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밀양'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는 여러모로 '밀양'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여전히 정적이고 불친절한 부분이 많아서 관객의 생각으로 채울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난 이창동의 작품 중에서 '시'의 여운이 가장 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창동 감독이 보여주는 세상은 극단적이다.
우리가 보여주기 꺼려하는 세상의 모습을 이창동 감독의 카메라는 정면으로 바라본다.

시라는 제목에 딱 맞는 서사와 설명할 수 없지만 놀라운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그 파급력이 크다.
강물 위로 떠다니는 소녀의 시체 옆으로 '시'라는 타이틀이 뜬다.

소녀의 시체 옆에 붙어있던 '시'라는 글자의 위치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소녀의 시체에 얽힌 진실들과 시를 엮어서 말한다.
시를 쓰려면 진실을 봐야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 중에는 불편하고 추악한 진실들이 많다.
결국 가장 밑바닥에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실을 볼 수 있다.
시인이란 진실을 보는 사람인 동시에 가장 깊은 곳의 고통을 봐야하는 사람이다.

미자는 시를 쓰기 위해서 세상을 관찰하고 진실을 보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고 진실에 대해서 말하며 시를 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시를 쓴 사람은 미자뿐이다.
다르게 말해서 진실을 본 사람은 미자뿐이다.

영화 속에서 시낭송회 회원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서 말하면서 대부분 울음을 터뜨린다.
왜 사람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말하는 장면에서 한 회원이 자신의 할머니가 노래를 좋아했고 할머니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적이 있다는 그 대목이 내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아서 많이 슬프게 다가왔다.

영화의 오프닝을 보면서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하며 눈을 크게 떴지만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영화의 엔딩이 나올 때쯤은 영화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 힘들었다.

정면으로 응시하기에는 미안한 영화였다.
세상을 시처럼 산다는 것은 순교자의 삶과도 같지 않을까.
미자의 모습이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짊어진 이의 모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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