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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비거 스플래쉬 (A Bigger Splash , 2015)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작은 섬 판텔레리아다.

주인공들은 틈만 나면 수영을 한다.

영화의 제목인 '비거 스플래쉬'에 맞게, 수영을 하면서 보내는 이들의 평범한 일상에 큰 물결이 들이치게 된다.


배경이 되는 곳은 노예를 사고팔던 이탈리아의 섬이고, 내내 낭만적으로 보이던 섬은 중요한 순간에 모든 몫을 난민에게 떠밀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역사를 이들의 의식을 통해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서 움직인다.

솔직함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외치는 사람이나, 시종일관 침묵하던 사람이나 결국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달린다.

아버지를 따라온 소녀는 철저하게 고립하고 싶어서 많은 것을 숨기고, 과거의 사랑을 되찾으러 온 남자는 자신의 방식대로 굴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여자는 사랑했던 이와 사랑하는 이 사이에서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고, 그걸 바라보는 남자는 모든 것이 답답하고 위태롭게 느껴진다.


틸다스윈튼은 역시나 루카 구아디아노와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불안과 욕망 사이를 자유롭게 헤엄치듯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틸다스윈튼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랄프파인즈는 극 전체를 흔들고,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잠재된 욕망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배우이다.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다코타존슨이다.

그레이 시리즈로 유명한 그녀가 이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루카 구아디아노의 디렉팅 덕분일 것이다.

루카 구아디아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화려하고 섹시한 장면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탁월하기에, 노골적으로 선정적인 그레이 시리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섹시함을 보여준다.

섹시함은 노출이 아니라 긴장감으로 만든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로케이션의 승리라고 할만큼 장소의 상징성과 함께, 이들의 욕망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잔물결들이 낭만적인 장소의 뷰와 녹아들면서 면죄부가 되어버린다.

영화 속 장소들에 감탄하다보면 어느새 이들의 욕망에 대한 윤리의식에서 벗어나버리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의 선택이 영리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뭐 하나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아마 다른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연출했다면 혹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루카 구아디아노는 자신의 장점인 멋진 화면과 추악해보일 수 있는 욕망을 잘 버무려서 보여준다.

욕망에 미추가 어디있겠는가, 그저 어떻게 포장하느냐의 문제이지.


난 매혹당하기 위해 언제나 스크린을 응시한다.

루카 구아디아노에게는 언제나 매혹당할 수 밖에 없다.

그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도 잊은 채 매혹당해서 끌려다닌다.

달콤한 끌림이기에 난 계속 그의 영화를 찾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보는 동안에는 내 욕망에 솔직해짐을 느끼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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