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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2012)



뮤지컬 형식이라는 말을 듣고 걱정부터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엘 슈마허의 '오페라의 유령'은 극장에서 본 최악의 영화 중 하나이다.
'레미제라블'이 '오페라의 유령'처럼 뮤지컬과 영화, 두 매체의 장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 영화일까 걱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본 영화 중에 세 손가락에 꼽을 만큼 좋았다.
러닝타임이 길다고 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건 전개가 빨라서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모든 대사가 노래다보니 각각의 시퀀스가 하나의 무대이고, 하나의 극처럼 느껴졌다.
매순간이 클라이막스라는 '레미제라블'에 대한 영화평이 많이 와닿았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배우들이다.
장발장 역을 맡은 휴잭맨은 '머니볼'의 브래드피트와 마찬가지로 벗지 않아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휴잭맨을 보면 울버린보다도 장발장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항상 그의 근사한 몸에 감탄했을 뿐, 휴 잭맨이 이렇게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러셀 크로우의 낮은 목소리톤은 장발장의 톤과 대비를 이루기에, 두 사람이 충돌할 때 긴장감이 배가 된다.
분명 맞아떨어지는 화음임에도 섞여서는 안 될 두 사람이 화음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에디 레드메인이 형성하는 사랑의 기운은 장발장이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이유와 프랑스혁명, 두 가지 사건을 묶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결국 사랑과 자유를 위한 투쟁이 아니겠는가.

사챠 바론 코헨과 헬레나 본헴 카터는 이제 감초 역할이라면 도가 튼 사람들이다.
변신에 능한 두 배우가 부부 역할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특히 사챠 바로 코헨은 나오는 영화마다 외적인 변화가 참 큰 것 같다.

앤 헤서웨이는 올해의 여배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원데이'에 이어서 '레미제라블'까지, 올 한 해 감동적이었던 영화들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다.
어느새 분량에 상관없이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씬 스틸러가 되었다.
그녀가 '레미제라블'에서 삶의 밑바닥에서 부르는 독백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장면이다.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감동을 준 사람은 에포닌 역을 맡은 사만다 바크스이다.
그녀의 노래 가사들은 시에 가깝다.
장발장과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는 에포닌이다.
둘 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희생에 가까운 사랑을 주는 인물이다.
아예 에포닌을 중심으로 극을 분리시킨다면 무척이나 슬픈 신파극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근질근질 했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무대로 뛰어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장발장의 서사는 이미 익숙하고, 뮤지컬 형식의 영화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순간마다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이 기획과 연출의 힘일 것이다.

수 백 개의 감동적인 극들을 연결해서 본 느낌이다.
영화보다 음악에 방점을 찍은 영화이다.
결국 음악에 방점을 찍은 것이 영화 전체를 살리는 잘한 선택이었음을 관객들이 느낀 감동이 증명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