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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

에브리바디 원츠 썸!! (Everybody Wants Some!! , 2016) 평범한 캠퍼스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영화이다. 그런데 감독이 리처드 링클레이터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수다에 있다. 그가 비포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많은 수다가 나온다. 게다가 이들이 떠는 수다들에는 영양가가 하나도 없다. 마약,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시종일관 오간다. 영화 마지막에 역사학 교수가 칠판에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정한다'라고 적는다. 이들의 쓸데없어 보이는 수다와 이 말이 닿는 순간 이들의 수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꿈에 대해 걱정하는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각 잡고 앉아서 공부한다고 그것이 꿈에 대한 탐험일까. 순간순간 본능에 충실한 것 또한 꿈에 대한 탐험이다. 이 순간이 다신 오지 않을 것처럼 매순간 욕망에 충실한 것. 불편하기보다 부러운.. 더보기
내 남자 (私の男 , My Man , 2014) 시놉시스가 워낙 충격적이라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던 기대작이다. 로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러시아영화인 '리바이어던'만큼이나 로케이션이 영화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 근친상간에 대한 묘사는 사유가 좀 더 깊었어야 한다고 본다. 아사노타다노부의 입을 통해 나왔던 대사는 대부분 사족이었다. 대사가 없는 순간이 훨씬 좋았던 영화이다. 오히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지진이나 주요한 배경으로 나오는 유빙 등 자연이라는 불가항력 앞에 무기력한 개인들의 모습이 더 좋았다. 디스토피아적인 판타지장면들이 오히려 근친상간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현대사회에서 세상의 파멸에 가까운 행위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사랑은 매순간이 파멸이다. 모스크바영화제에서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오.. 더보기
굿바이 싱글 (GOODBYE SINGLE , 2016) 개성 있는 영화제작사가 등장한다는 것은 관객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최근 '광화문시네마'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굿바이싱글'을 주목한 이유 또한 광화문시네마에서 주로 활동한 김태곤 감독의 첫 상업영화이기 때문이다. 김태곤 감독은 연출작인 '1999,면회'로 기존에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색깔의 영화를 보여주고, 그가 제작과 각본으로 참여한 '족구왕'은 최근 독립영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굿바이싱글'은 개성이 강한 영화는 아니다. 김태곤 감독의 색깔이 따로 느껴지지 않는, 충무로에서 잘 기획된 영화 중 하나 정도로 느껴진다. 특히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작위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인물들이 관계가 가장 중요한 영화인데 관계가 형성되고 해결되는 방식에 있어서 무책임한 부.. 더보기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 2015) 주변에서 엄청난 혹평을 퍼부었다. 봐야하나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윤기 감독과 두 주연배우, 배경인 핀란드를 믿고 봤다. 핀란드의 눈, 사우나, 긴 겨울 등의 배경은 캐릭터들의 사랑을 설명하기에 좋은 배경이었다. 다만 영화의 기본설정이 불륜이다보니 영화를 무작정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한 식의 비판은 영화를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영화는 오로지 완성도로 평가받는다. 불륜을 다루고 있는 고전들은 넘치고 넘친다. 이윤기 감독의 감정선은 여전하다. 심지어 불친절함도 예전보다 덜하다. 전도연은 비극적 사랑의 여주인공으로 참 자주 등장해서 그녀의 행복을 보고 싶다. 공유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어떻게 가치있게 채워야할지를 잘 알고 있다. 사람은 계속해서 변한다. 가치관도 신념도. 오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