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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

애정만세 (愛情萬歲, Vive L'Amour, 1994)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밤이 되면 잘 것인데 낮에 잠이 들면 괜한 짓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안 좋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영화를 본다. 보면 졸릴 것 같아서 망설였던 정적인 아트필름들 중에 한 편을 골라서 본다. 내가 본 영화의 절반 이상은 보고 싶어서라기보다 '봐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본 영화들이다. 그런 의무감으로 본 영화들이 내게 좋은 자양분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설날 오전에 가족들과 함께 여기저기 다니다가 낮잠을 잤고, 일어나자마자 미뤄둔 숙제처럼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를 봤다. 한 여자가 집을 팔기 위해 내놓는다. 우연한 계기로 그 집 열쇠를 손에 넣은 두 남자가 있다. 두 남자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각 밤이 되면 그곳에서 샤워를.. 더보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2013) '빅쇼트'를 보고나니 금융 관련된 영화가 보고싶어졌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마틴스콜세지는 씁쓸한 뒷맛을 주는 블랙코미디를 잘 만들 수 밖에 없는 감독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보는 내내 웃으면서도 씁쓸함이 큰 영화다. 최근에 '레버넌트'를 보면서 제발 디카프리오가 이젠 오스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느꼈지만,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로 진작 받았어야하지 않나 싶다. 물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 같이 출연하기도 했던 매튜 맥커너히가 받은 것은 충분히 인정할 만 하지만. 매튜 맥커너히는 짧지만 깊은 인상을 주고, 조나 힐은 '머니볼'에서도 느꼈지만 조력자역할이 참 잘 어울린다. 카일 챈들러나 마고 로비 등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돈이 돈을 부르는 그.. 더보기
캐롤 (Carol, 2015) 피키디리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봤는데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cgv로 바뀌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캐롤'은 워낙 평이 좋아서 기대하고 봤다. 잘 짜여진 영화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감정적 울림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다. 크리스토퍼놀란의 영화만큼이나 꼼꼼한 짜임새를 보여주는 영화다. 토드헤인즈의 완벽주의를 엿볼수 있는 영화였다. 서사 자체가 그렇게 잘 짜여진 영화는 아니다. 도식화된 상징들도 꽤나 보이고,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영화다. 즉, 이야기 이외에 영화를 채울 요소가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참고했다는데, 영화의 어느 지점에 멈춰도 마음이 흔들릴 만큼 매혹적인 미쟝센으로 가득하다. 에드워드.. 더보기
빅쇼트 (The Big Short, 2015) '캐롤'을 보고나서 바로 연달아서 봤다. 영화를 연달아서 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단 기억이 섞일 위험이 크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보고나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봤을 때도, '마카담스토리'를 보고나서 '어린왕자'를 봤을 때도, '가족의 탄생'을 보고나서 '더 퀸'을 봤을 때도 그랬다. 훗날 생각해보면 전혀 연관없어 보이는 두 영화가 섞여서 함께 떠오른다. 이래서 영화의 개봉시기라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캐롤'은 무척이나 좋은 영화지만, '빅쇼트'가 더 좋았다. '캐롤'은 내게 완전히 딴 세상을 보여주는 정말 '영화' 같은 영화라면, '빅쇼트'는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울만큼 내 삶과 밀접하게 붙어있는 영화다. 마이클무어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편집이 이렇게 개성있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