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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트리 오브 라이프'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관객의 호불호 이전에 영화에 참여한 스텝과 배우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듯 하다.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자일지 몰라도 다르게 말하면 자기멋대로인 테렌스 맬릭의 연출스타일 때문에, 배우들은 통편집 당할 위험이 언제나 있고, 스텝들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촬영에 임해야 한다.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찍은 촬영분량이 어마어마하고, 그 덕분에 화면은 내내 아름답다.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앞부분의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경이롭다는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뚜렷한 드라마를 보고 싶었으니까. 오히려 후반부에 잭의 어린시절을 그려내는 부분이 훨씬 인상적이다. 권위적인 아버지랑 대립하던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지, 보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 더보기
비밀과 거짓말 (Secrets Et Mensonges, Secrets & Lies, 1996) '네이키드' 다음으로 본 마이크 리의 영화인데, 두 사이에 어떤 기복이 있던건가 싶을 만큼 '비밀과 거짓말'은 좋은 작품이다. 최근에 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누구나 아는 비밀'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계급을 둘러싼 갈등이 녹아들어있고, 그것을 어떤 집단을 통해서 보여준다. 마이크 리의 즉흥적인 연출은 실내극에서 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레슬리 멘빌은 짧은 출연이지만 마이크 리의 거의 모든 작품에 나와서 볼때마다 반갑다.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줬는데,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렌다 블레신이 압도적이지만, 티모시 스폴도 그에 못지 않게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안 장 밥티스트는 이후에 좀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게 의아할 만큼 좋았다. 마이크 리 감독의 작품에는 애증을 .. 더보기
엘리펀트 (Elephant , 2003) '엘리펀트'가 걸작인가에 대해 토론을 한 평론가들이 떠오른다. '아이다호'와 마찬가지로 몇 년만에 다시 봤다. 강렬한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특히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휘발하지 않는다. 구스 반 산트가 선택한 표현방식은 놀랍지만, '엘리펀트'가 걸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선택을 한 게 놀랍다. 세상에 콜럼바인 총기 사고로 이런 영화를 만들 사람은 구스 반 산트 뿐일 거다. 코엔 형제의 '시리어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휘날리는 깃발을 보면서 '엘리펀트'가 계속 떠올랐다. 딱히 연관성도 없지만 늘 두 영화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는 '시리어스 맨'을 다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보기
아들의 방 (La Stanza Del Figlio , The Son's Room , 2001) 기대보다 평이했다. 이미 너무 많이 봐온 서사다. 칸영화제가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지 아이러니할 정도다. 로마가 배경인데 난니 모레티는 로마를 관광지가 아닌 생활지역으로 그려낸다. 이방인으로서 그런 풍경을 보는 건 흥미로웠다. 내게 로마는 편의점만큼 관광지가 많은 곳이었으니까. 난니 모레티가 연출, 각본, 주연까지 다 했지만 그리 돋보인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최근에 연달아 본 이탈리아 영화들은 하나 같이 음악이 돋보인다. 특히 클래식을 잘 쓴다. 아내로 나온 로라 모란테와 딸로 나오는 자스민 트린카의 연기가 좋았다. 두 사람은 이후로도 필모그래피가 빛나는 배우다. 아들을 잃고나서 문득문득 슬픔이 올라오는 정서는 이미 많이 봐온 터라 별 감흥 없었는데,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새로운 소녀의 등장이 오히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