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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로메르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Four Adventures Of Reinette And Mirabelle , 4 Aventures De Reinette Et Mirabelle , 1987) 한 감독의 작품을 연달아서 볼 때 좋은 점은, 한 배우가 여러 작품에 다양한 역할을 하는 걸 지켜보는 거다.에릭 로메르 작품들에서 타 작품의 주연이나 조연인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단역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게 흥미롭다.'해변의 폴린느'에서 사탕 파는 여자로 나온 로세테는 '녹색광선'에서 주인공의 친구 중 한명으로 초반에 짧게 등장한다.'녹색광선'의 주인공인 마리 리비에르는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서 기차역에서 사연을 지어내서 돈을 구걸하는 여자로 등장하고, '만월의 밤'에서 주인공의 사랑을 원하는 작가로 나온 파브리스 루치니가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서 영화 막판에 그림을 사는 남자로 등장한다.이런 발견의 순간들이 즐겁다. 어찌 보면 미련할 만큼 자기 고집이 강한 두 사람이 시골에서 .. 더보기
녹색 광선 (Le Rayon Vert , The Green Ray , 1986) '만월의 밤'에서 파리에 뜬 보름달에 대해 언급이 나온 것처럼, '녹색광선'에도 해가 질 때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찰나에 지나가는 녹색광선에 대해 말한다.보름달이나 녹색광선이나 찰나다.'해변의 폴린느'와 '만월의 밤'과 달리 '녹색광선'은 처음과 끝이 같지 않다.'녹색광선'은 인물이 겪은 마지막 상황이 좀 더 찰나라는 느낌을 준다.가장 해피엔딩에 가까워보이지만, 그 행복이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에릭 로메르의 84,84,86년작을 연달아서 보게 됐는데, 메시지에 있어서 내게 제일 와닿을 수 있는 건 '녹색광선'임에도 불구하고 표현방식이 나와 제일 안 맞아서 잘 와닿지 않았다.이전 두 작품은 대화와 상황을 통해 보여주는데 비해, '녹색광선'은 인물의 독백이나 눈물 등으로 보여주는데 그 감정.. 더보기
만월의 밤 (Les Nuits De La Pleine Lune , Full Moon In Paris , 1984) '해변의 폴린느' 보고 나서 몇 시간 뒤에 바로 봤다.초반은 좀 지루해서 중반부터 정신 차리고 봤다.아니, 정신이 들었다.중반부터 굉장히 흥미로워 진다.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들끼리 서로 바람 피는 이야기라고 거칠게 요약 가능하다.인물이 어떤 인물에 대해 자신의 유리함을 위해 파편적인 사실을 오해가 생길 만한 크기로 부풀리고, 그로 인해 혼란을 겪고, 결국 이 모든 혼란 속에 덩그러니 어떤 진실이 남는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놀랍다.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결코 만들 없는 작품.쉽게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해변의 폴린느'와 '만월의 밤' 두 편 모두 처음과 끝이 동일한 장면으로 끝난다.전자는 문, 후자는 길로 끝난다.전자는 문을 열고 진실.. 더보기
해변의 폴린느 (Pauline A La Plage , Pauline At The Beach , 1983)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감정적으로 몰입된 건 오랜만이다.인물들의 속물적인 면모에 화도 나도 상황에 공감도 되고.홍상수 영화에서 영화적 쾌감을 느꼈던 순간이 떠올랐다.홍상수 영화의 수식어로 에릭 로메르의 이름이 거론될 때 늘 이 세계가 궁금했는데, 처음으로 본 에릭 로메르의 세계는 다행히도 내게 공감가능한 세계였다.필립 가렐 영화 볼 때처럼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남프랑스 여행에 대한 로망이 다시 커진다.배경이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수영을 즐긴 여행이 없어서 이런 여행지 풍경 보면 늘 로망이 생긴다. 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게 발언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등의 사랑방식.누가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그것에 대한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이들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