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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리

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 2008) 샐리 호킨스의 우울한 캐릭터들을 주로 보다가 밝은 캐릭터를 보니 신기하다. 코믹연기가 훨씬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샐리 호킨스의 내공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도 '해피 고 럭키'가 아닐까 싶다. 마이크 리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포피는 감당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 중반 이후부터 피포가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서, 마이크 리의 캐릭터들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샐리 호킨스뿐만 아니라 자동차 연수 강사로 나오는 에디 마산의 연기도 좋았다. 샐리 호킨스와 에디 마산 둘 다 '베라 드레이크' 속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부잣집의 얌전한 딸과 베라의 집안에 든든한 사위를 연기하던 둘은 엄청난 에너지의 낙천주의자와 다혈질 캐릭터를 소화.. 더보기
비밀과 거짓말 (Secrets Et Mensonges, Secrets & Lies, 1996) '네이키드' 다음으로 본 마이크 리의 영화인데, 두 사이에 어떤 기복이 있던건가 싶을 만큼 '비밀과 거짓말'은 좋은 작품이다. 최근에 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누구나 아는 비밀'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계급을 둘러싼 갈등이 녹아들어있고, 그것을 어떤 집단을 통해서 보여준다. 마이크 리의 즉흥적인 연출은 실내극에서 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레슬리 멘빌은 짧은 출연이지만 마이크 리의 거의 모든 작품에 나와서 볼때마다 반갑다.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줬는데,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렌다 블레신이 압도적이지만, 티모시 스폴도 그에 못지 않게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안 장 밥티스트는 이후에 좀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게 의아할 만큼 좋았다. 마이크 리 감독의 작품에는 애증을 .. 더보기
네이키드 (Naked, 1993)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은 의심의 여지 없는 걸작이다. 그러나 '네이키드'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보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떠올랐다. 딱히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니다. 걸작이라고 하지만 내겐 와닿지 않고, 인물에 정이 안 가는 작품이다. 굳이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찾아보자면,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방황하는 이야기다. 진지한 대신 농담과 궤변만 늘어놓고, 의미 없는 섹스가 이어진다. 폭력이 난무하는데 방치된다. 이런 풍경이 세태를 잘 보여줬다는 느낌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인물들에게 연민이 안 생기고 짜증났다. 특히 조니의 태도는 절망적인 시대상과 상관 없이 예의없이 느껴진다. 타인에게 예의없이 구는 게 시대를 핑계로 용인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