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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램지

너는 여기에 없었다 (You Were Never Really Here , 2017) 현재를 움직이는 동력이 상처라고 하면 얼마나 슬프고 힘든 일일까.'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조가 그렇다.과거의 폭력과 상처가 그를 전진시킨다.죽고 싶고, 자신이 죽어 마땅한 놈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폭력을 저지른다. 어느새 폭력으로 전진하는 그에게 위로가 되는 건 하나 같이 나약한 이들이다.상처를 공유하는 어머니, 방금 막 구해낸 소녀, 죽어가는 괴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집에 침입한 괴한을 죽이고 함께 누워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이다.결국 서로의 음이 겹치고 손을 잡는다.그 장면이 왜 그렇게 위로가 되는 걸까. 서사에 있어서 빈틈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로 영화는 계속해서 나아간다.분명 완성도는 '케빈에 대하여'가 더 낫지만, 자꾸 호아킨 피닉스의 몇몇 장면들이 떠오른다.역시 영화.. 더보기
모번 켈러의 여행 (Morvern Callar , 2002) 린 램지 장편 중에서 가장 감흥이 덜한 작품이다.그 이유는 거의 유일하게 인물이 자발적으로 전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린 램지의 무기력한 인물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까. 모번 켈러는 '쥐잡이'의 제임스와 달리 전진한다.물론 어린 제임스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로로 움직이지 않는다.전혀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상처에 이끌려다니는 내 입장에서는 그게 공감이 안 되었다.오히려 상처를 안고 시달리는 린 램지의 다른 작품들 속 인물들이 더 공감 되었다. 여행이 무엇인가를 바꾸지 않는다.그렁메도 불구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전진이기 때문이다.내가 지금 물리적으로 가장 멀리갈 수 있는 방법이니까.집에서 아무리 스스로 위로해도 안고 있는 문제를 푸는 건 쉽지 않다.물론 여행지에서도.. 더보기
쥐잡이 (Ratcatcher , 1999) 꽤나 세련된 작품으로 먼저 접한 감독의 거친 질감의 데뷔작을 보는 일은 흥미롭다.린 램지 감독이 트라우마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건 데뷔작 때부터였구나 싶었다. 제임스와 마가렛 두 사람이 서로 위로하는 장면, 버스 종점에서 발견한 신축건물에서 노는 장면의 이미지는 잊지 못할 거다.물론 쓰레기장과 쥐들이 오가는 도시가 메인이지만.내내 쓰레기를 보여줘도 찰나인 위로의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 건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평생을 견디기도 하니까. 구원이 나 자신의 힘만으로 불가한데 타인에게 바라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몇이나 될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