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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판의 미로','지구를지켜라','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처럼 슬픈 현실이 앞에 배치되어있고, 뒷부분에 현실과는 정반대인 즐거운 판타지를 배치하는 영화를 볼 때가 가장 슬프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을 좋아한다.
비극과 희극의 균형을 잘 맞추는 감독이다.
'불량공주 모모코'와 마찬가지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과장이 심한 일본만화를 연상시킨다.
'불량공주 모모코' 속 주인공도 독특한 취향으로 소외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속 주인공은 소외를 넘어서 비극적인 삶을 산다.

테츠야 감독도 원작소설을 읽고 연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비극을 낮은 톤으로 연출하는 것보다 밝은 톤으로 연출할 때 더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고, 오히려 그 밝은 톤이 인물을 더 슬프게 보여줄 것이라.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부분들, 배경으로 나오는 꽃들과 원색 계열의 밝은 의상들은 조금만 무거워도 신파적으로 변했을 극을 밝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밝은 배경과 영화적 기법들 사이에서 보여지는 주인공의 비극적 모습이 영화를 더 슬프게 만든다.
너무 슬퍼서 억지로라도 웃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영화 후반부에 마츠코의 방에서 쓰레기들이 까마귀로 변해서 나가는 장면이 매혹적으로 느껴졌던 것도,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버티던 마츠코와 마츠코의 배경들이 일순간에 무너져버리는 장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캐스팅도 화려한데, 주연인 나카타니 미키는 촬영할 동안 감독에게 폭언을 듣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에세이로 발매했다고 한다.
그만큼 감독과 주연 배우 사이에 트러블이 많았지만, 나카타니 미키는 영화를 보고나서 감독의 역량에 감탄하며 울었다고 하는데,
'어둠 속의 댄서'에서 라스폰트리에 감독과 주연배우인 뷔욕이 미칠듯이 싸웠는데도 영화는 엄청 잘 나온 것을 보면서 내심 저런 감정적 대립과 예민함이 영화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어쨌거나 감독이나 배우나 좋은 영화 찍자고 싸우는 것일 테니.

애초부터 음악부터 정하고 영상을 넣는 식으로 작업했을 만큼 뮤지컬의 성격도 강한 영화인데,
거의 70곡 정도 되는 노래가 나옴에도 특정 곡이 튄다는 느낌도 없이 극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츠코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에 매력적이기 때문에 서사의 영화라기보다 캐릭터의 정서를 따라가는 영화라고 봐야할 것 같다.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을 비롯해서 몇 가지 결점 때문에 비극적으로 사는 그녀를 보며 응원하고 함께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량공주 모모코'의 독특한 취향을 가진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캐릭터의 결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완벽함보다는 몇 가지 결점으로 우리를 걱정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응원하게 하지 않던가.

바보 같이 사랑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도 우리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도 바보 같이 살 수 밖에 없고, 바보처럼 살 수 없는 세상에서 바보처럼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바보처럼 살면 마츠코처럼 혐오스럽다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만.
바보처럼이라는 단어보다는 자기 욕망에 솔직하다는 말이 맞겠다.

아버지를 웃게 하기 위한 한 가지 표정, 아버지에게 듣고 싶었던 한 마디.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이 사소한 것들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 마츠코인데, 사실 우리의 삶도 너무 사소한 부분에서 큰 변화를 한다.
마츠코가 불쌍한게 아니고, 우리 자신이 불쌍해서, 결국 나 자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츠코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