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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 1976)


히치콕영화의 음악을 주로 맡아온 버나드 허먼이 음악을 담당했는데, 메인스코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계속 맴돈다.

영화를 최대한 현재개봉작들부터 해서 고전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본다.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의 영향을 받았구나, 가 아니라 알고 보니 이 영화가 원조였구나, 라는 식의 발견을 한다.

이미 고전을 변주한 작품을 많이 봐서 고전의 감흥이 덜할 때가 많다.

조디 포스터와 로버트 드니로가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린 램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 소재에 있어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가 떠올랐다.

마틴 스콜세지가 영향을 주지 않은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택시 드라이버'는 로버트 드니로가 머리 밀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다 정도였다면, 머리를 밀고 난 이후부터는 미쳤다는 생각이 들만큼 질주한다.

관련해서 글들 찾아보니 각본 쓴 폴 슈레이더가 만취한 상태로 밤마다 썼다는 말도 있는데, 그가 독실한 칼빈교 신자 집안에서 영화나 만화도 못 보고 억압받고 살다가 대학와서 영화에 빠졌다는 걸 생각하면 주인공 트래비스의 원형은 각본가 폴 슈레이더 자신이 아닐까 싶다.

'비열한 거리'에서 이태리계 뉴요커로 나오는 캐릭터들이 오히려 마틴 스콜세지가 투영된 듯 하고.

마틴 스콜세지가 직접 등장한, 바람 피는 아내를 죽이겠다고 하는 캐릭터 연기도 좋았다.


조디 포스터가 정말 놀라웠다.

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때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조디 포스터가 어렸을 때 저런 연기를 했다는 게 놀랍다.

'양들의 침묵'도 본지 오래라 잘 기억도 안 나고, 오히려 조디 포스터의 연출작인 '비버'부터 떠오른다.

저 당시 조디 포스터의 연기를 봤다면 놀라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들 면면만 봐도 폴 슈레이더가 얼마나 작정하고 각본을 썼나 싶다.

물론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이 그걸 잘 살렸기 때문이겠지만.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볼 때면 괜한 부담감도 느껴진다.

다들 좋다는데 나는 안 좋으면 어쩌지라는, 평론가들의 권위에 짓눌려서 보곤 하는데 그런 것과는 별개로 좋았다.

특히 후반부는 자주 떠올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