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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컬러풀 (Colorful, 2010)



방과 후 옥상에서부터 영화 마지막까지의 대사들과 장면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하라 케이이치의 영화에는 항상 이렇게 잊지 못할 일련의 장면들이 있다.

난 지금 살아있는 것일까, 날 살아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로 인해 살 수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내가 이 세상의 한 축이라는 것을 알게해주는 존재들은 누구인가.
여려 가지 물음과 함께 영화는 끝이 아닌 끝을 보여준다.

내 삶을 다양한 색으로 칠하는 것.
단조롭던 내 삶을 다양하게 칠해주는 것.
아주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일이 내 삶의 전부이자, 가장 밝은 색이자 내 삶의 대부분을 칠하게 될 색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그 때마다 무슨 상상을 해도 결론은 지금부터 잘하자, 라는 결심이다.
다행히 우리 삶은 검은색으로 뒤덮여있어도, 그 위에 밝은 색을 칠하다보면 밝은 색이 도드라지지 않던가.
오히려 망쳤다고 싶었던, 내가 채색해둔 실패라고 불렀던 색들이 좀 더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열심히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지고 있다.

하라 케이이치에게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야할 것 같다.
그의 각본은 단순명료한 사실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왕따문제나 가족 해체 문제에 대한 교본이 바로 이 영화일 것이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어떻게 칠하고 있는가.
지금 내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색으로 칠해지고 있는가.
너는 내게 어떤 색으로 칠해지고 있고, 얼마나 많은 부분에 칠해져 있나.
난 지금 누군가에게 어떤 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