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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맨인블랙3 (Men In Black 3, 2012)



영화도 조조로만 보는 내게 아이맥스는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아이맥스라고 뭐 별 거 있겠나 싶었다.

'맨인블랙3'는 처음으로 본 아이맥스 영화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휴고'를 작업한 뒤부터 3D작업을 고수하겠다고 한 것처럼, 나도 이 기술력에 반해버렸다.
특히 예고편 상영 때 보았던 '프로메테우스'는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도 '맨인블랙3'가 뭉클했다는 생각보다 '프로메테우스'를 아이맥스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리들리 스콧은 도대체 예고편에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맨인블랙 1,2의 내용도 가물가물했지만 3를 보는데 큰 지장은 없다.
'맨인블랙3'는 무난하다.
딱 그 정도이다.
다만 17000원을 주고 아이맥스로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굳이 아이맥스로 볼 필요없이, 일반 디지털 상영으로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은 감동적이고 울컥하게 된다.
자신의 파트너가 죽자,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서 파트너를 구하려고 한다.
시간여행을 비롯해서 영화 속에 기적이라고 표현할 만한 순간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가 사는 평화로운 일상이야말로 기적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도 못하고 누리고 있는 평화를 위해서 누군가는 열심히 뛰어다니고 희생한다.
마치 외계인들을 죽이고 태연하게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이들처럼 말이다.

후반부에 감정적으로 울림이 큰 장면이 있기에 영화가 더 아쉽다.
차라리 후반부부터 영화가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어쩌면 후속편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은데, 적을 추적하면서 부수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감정의 큰 흔들림을 시작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식으로 전개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영화 중반부에 살짝 루즈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감정선이 거의 없이 액션만 나열되기 때문일 것이다.

엠마톰슨은 잠깐 나오지만, 그녀처럼 지적이고 기품 있는 여배우는 전세계에 몇 명 안 되는 것 같다.
참 멋지게 늙는다는 생각이 든다.
엠마톰슨도 그렇고, 토미리존스도 그렇고.

조쉬브롤린은 토미리존스랑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데, 두 사람이 닮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토미리존스와 닮은 것도 신기했고, 웃는 모습의 조쉬브롤린도 조금은 낯설었다.
알찬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그가 가장 많은 웃음을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윌스미스는 조쉬브롤린과 동갑이다.
맨인블랙 시리즈가 나온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윌스미스는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멋지고, 에너지 넘친다.
여전히 흥행에 있어서는 윌스미스만한 배우가 없는데, 아마 관객들이 그를 보면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맥스는 내게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6월에 '프로메테우스'를, 7월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볼 생각하니 떨린다.
예전에 저예산 영화들만 보다가 오우삼의 '적벽대전'을 보면서 내용은 정말 별로였음에도 돈을 뿌리다시피한 스케일에 나도 모르게 부러움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데, 아이맥스 볼 때가 딱 그 심정인 것 같다.
기술 자체에 감동을 하게 되는, 거의 홀린 상태이다.

내용에 감동한 것인가, 기술에 감동한 것인가.
잘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