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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이야기

소금호수 1. 차악 최악인 사람들이 있다. 함께 말 섞기도 싫은 인간들. 이 사람이 내 뿜는 이산화탄소를 내가 먹어야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 그런 사람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일 수 있겠지만. 정말 최악인 것은,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그 증오의 지점이 내게서 발견될 때이다. 그때는 정말 답이 없다. 항상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만났다며 안심하는 삶에서, 그 순간 나는 그렇게도 외면하던 최악을 발견한다. 영화 '히든'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자기 앞에서 죽은 누군가를 잊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극적인 매체로 그 기억을 덮으려는 장면이. 어쩌면 그래서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극적인 영.. 더보기
같아 1. 상류에서 맹금류를 뭉뚱그리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를 지하철에서 보았다. 이규호의 '뭉뚱그리다'를 반복해서 듣던 중이었다. 묘하게 닮았다. 덕분에 지금도 그 소설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귀에서 음악이, 음악을 들으면 자동으로 소설의 장면이 떠오른다. 둘 다 섬뜩하다. 자꾸 보고 싶은 듣고 싶은 섬뜩함이다. 2. 초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쉬었던 적도 없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성실히 하는 것은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러므로 열심히 할 것이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느껴질 때까지. 3. 삭제 더보기
6월에는 점포정리하듯 글을 뱉어내지요 1. 블로그 마치 점포정리하듯 이렇게 글들을 쭉쭉 쓰려고 하니 뭔가 어색하다. 난 영원히 내 이야기 하는 것을 어색해할 것 같다. 블로그도 결국 성실함이 필요하다. 맘 먹고 안 쓰면 밀리게 되어 있다. 네이버검색창에 내 블로그 주소를 입력해보았다. 내 블로그에 있는 글을 링크 걸어두고 '이 블로거 의견에 공감'이라고 한 이들이 있었다. 신기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생각에 공감해준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애초에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야기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관리 안 해도 매일 이리저리 유입되어 블로그에 와주는 이들이 고맙다. 페이스북보다 훨씬 든든한 느낌이다. '좋아요'보다 훨씬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다. 2. 어른 초등학교 때 불소를 했었다. 충치예방이고 뭐고 간에 내 입에 불소를 넣어주.. 더보기
양말 마를리 르 루아의 설경, 알프레드 시슬레, 1875 발목양말 그만 신어. 작년 겨울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두꺼운 겨울옷들 사이로 드러난 발목을 보며 눈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겨울에 발목양말이라니. 옷장 안에 있는 무늬 하나 없는 순백의 발목양말들. 내게 양말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너무 당연하게 하얀 발목양말을 신었을 뿐. 생일에 양말을 선물받았다. 일곱 켤레의 양말. 나가기 전에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다. 양말들을 바라본다. 무슨 양말을 신을 것인가. 오늘 누구를 만나러 가는거지. 사람을 떠올리고 양말을 바라보고. 양말을 확인하고 그 사람을 바라보고. 애정의 척도. 양말을 바라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