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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Hwayi: A Monster Boy, 2013) '화이'는 '지구를 지켜라'의 프리퀄이라고 해도 될 만큼 구조, 인물, 메세지 등이 흡사하다. 완벽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흡입력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장준환 감독이 보여주는 행복은 불안하다. 파멸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복은 툭하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다. 괴물들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은 결국 괴물이 될 운명이다. 그런 소년에게 사랑이나 정 같은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화이'의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석태가 화이에게 품는 애정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전사가 부족한게 사실이다. 석태의 전사가 짧게 등장하긴 하는데, 화이의 아버지들이 모이게 된 계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우리가 목격한 수많은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 더보기
군도 (KUNDO : Age of the Rampant , 2014) 윤종빈 감독은 메세지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쳐있던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군도'는 메세지보다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순도백퍼센트의 오락영화이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성이 짙었다. 하지만 '군도'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나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최소한의 서사를 깔아두고 많은 볼거리와 함께 전진한다. 영화의 전사들은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정서가 갑작스럽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캐스팅으로 미니시리즈를 만들기에는 무리겠지만. 캐릭터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고, 캐스팅도 좋았다. 특히 이성민의 연.. 더보기
명량 (ROARING CURRENTS , 2014) '명량'이 별로인 영화인데 흥행 신기록을 세운다고 해서 대중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흥행은 아무도 모르는 영역 아니겠는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tvn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을 보며 이 영화의 제작사가 cj라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다. 난 '명량'을 보면서 영화에 감동한게 아니라 기획이나 마케팅에 훨씬 놀랐다. '명량'은 영화외적인 부분에서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면 영화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 전사에 해당하는 부분이 영화의 절반을 넘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앞부분에 지도를 통해 전사 설명하는 부분에서 후다닥 설명한 뒤에 캐릭터들 성격 대략적으로 보여주고 바로 전쟁으로 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입에 담.. 더보기
박수건달 '조폭마누라'의 조진규 감독과 그동안 조폭역할을 자주 맡아온 박신양. '박수건달'에 대해서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다. 소재는 '헬로우고스트'를 닮았다. 이야기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뻔함에도 불구하고 울린다. 이 영화 울리려고 작정했구나, 라고 생각되는 작위적인 부분에서조차 울게 된다. 관객이 울게 되는 순간 '작위적'은 '진정성'으로 바뀐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어떻게 웃고 울릴지를 몹시도 잘 알고 있다. 과장된 장면들에도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흔들린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이다. 박신양은 이 영화의 중심축이고, 이 뻔한 이야기에 감정을 불어넣은 것은 윤송이, 라는 아역배우이다. 후반부에서는 윤송이가 등장만 해도 우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박수건달'은 겉멋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