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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군도 (KUNDO : Age of the Rampant , 2014)




윤종빈 감독은 메세지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쳐있던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군도'는 메세지보다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순도백퍼센트의 오락영화이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성이 짙었다.
하지만 '군도'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나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최소한의 서사를 깔아두고 많은 볼거리와 함께 전진한다.

영화의 전사들은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정서가 갑작스럽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캐스팅으로 미니시리즈를 만들기에는 무리겠지만.

캐릭터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고, 캐스팅도 좋았다.
특히 이성민의 연기가 좋았다.
'무간도' 시리즈를 양조위와 유덕화 때문에 봤다가 오히려 보고나서 황추생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성민은 연기의 폭이 참 넓다고 느꼈다.

하정우는 군도 일당에 합류한 뒤에 사투리 톤이 어색하다고 느꼈지만, 그 앞부분의 연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강동원은 나중에 연극무대에서 혼자 일인극을 해도 멋지겠다고 느낄 만큼,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화면을 채워나가는 모습을 황홍하게 바라보게 된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형사'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강동원은 선이 너무 고운 배우라고 생각한다.

군도 일행 중에 살아남는 이들과 죽은 이들을 보다보면, 왜 하필 이들만 살아남았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계급에 대한 상징성까지도 볼 수 있다.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 캐릭터는 애초에 약점이 없는 캐릭터라 사람이기에 약점일 수 밖에 없는 포인트를 하나 설정해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킨 느낌이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
여전히 윤종빈 감독의 최고작은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는 재미는 '군도'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