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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어바웃 엘리 (Darbareye Elly , About Elly , 2009) 아쉬가르 파라디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본 작품은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였다. 당시에 피곤한 상태에서 봐서 절반은 졸면서 봤기에 줄거리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아쉬가르 파라디에 대한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고, '누구나 아는 비밀'은 호불호가 갈렸음에도 내겐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어바웃 엘리'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 준할 만큼 좋은 작품이다. 어떤 사건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균열이 일어나는 풍경을 잡아내는데 있어서 아쉬가르 파라디는 감히 최고라고 할 만 하다. 배우 디렉팅도 매번 좋은데, 그의 패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샤하브 호세이니를 비롯해서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어떤 리허설을 했나 싶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다들 엘리에 대해.. 더보기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 2013) 이렇게까지 감독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다큐멘터리는 처음 본다. 인도네시아라면 자카르타와 발리 외에는 딱히 아는 것도 없었는데, 한국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청산이 제대로 안 된 것부터 과거의 비극까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10년 가까이 타지에 머물면서 다큐를 찍었다는 게 대단하다. 한국에서 이와 같은 다큐가 나왔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었을까. 더보기
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 2008) 샐리 호킨스의 우울한 캐릭터들을 주로 보다가 밝은 캐릭터를 보니 신기하다. 코믹연기가 훨씬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샐리 호킨스의 내공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도 '해피 고 럭키'가 아닐까 싶다. 마이크 리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포피는 감당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 중반 이후부터 피포가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서, 마이크 리의 캐릭터들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샐리 호킨스뿐만 아니라 자동차 연수 강사로 나오는 에디 마산의 연기도 좋았다. 샐리 호킨스와 에디 마산 둘 다 '베라 드레이크' 속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부잣집의 얌전한 딸과 베라의 집안에 든든한 사위를 연기하던 둘은 엄청난 에너지의 낙천주의자와 다혈질 캐릭터를 소화.. 더보기
코끼리는 그 곳에 있다 (大象席地而坐 , An Elephant Sitting Still , 2018) 놓치는 영화가 많기에 매년 말에 잡지 등에서 매기는 영화순위를 유심히 본다. '코끼리는 그 곳에 있다'도 영화잡지 filo에서 매긴 순위에서 보고 발견한 작품이다. 러닝타임이 4시간 가깝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개봉도 힘들지 않을까. 후 보 감독은 88년생이고 17년도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났다. 그와 관련해서 찾아보니 영화연출 과정에서 제작사와도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작자가 '북경자전거'를 연출한 왕샤오슈아이 감독이었다는데, 자신도 독립영화의 총아로 시작했는데 제작 관련해서 압박을 가하는 건 모순이 아닐까.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연출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사실일 것 같다. 자신의 쓴 소설이 원작이라는데, 지루하지 않게 극을 끌고 나간 것만 해도 대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