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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e , The Past , 2013)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가치 있는 영화이다.
끝이 없는 갈등 속에 평화로운 마지막 장면은 그 울림이 크다.

아쉬가르 파라디의 영화답게 정적인 동시에 촘촘하다.
멕시코의 알렉산드로 감독이 한 사건의 파장을 그려낸다면, 아쉬가르 파라디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주는 파장에 대해 다룬다.

진실 앞에서 우리는 방어적이 된다.
애초에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는 숨겨둬야만 했던 것들이 많았기에.
대부분의 진실은 그래서 불편한 진실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번역된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담백하게 본래 제목인 '과거'라고 했으면 관객들에게 외면받았을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오히려 번역한 제목이 더 좋았는데, 이 영화는 좀 아쉬웠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
특히 베레니스 베조는 독보적이다.
그야말로 신경쇠약 직전의 여인이다.
칸 영화제에서 그녀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따론 행위보다 흔적이 무서운 삶, 이라는 박평식 평론가의 20자평이 와닿았다.
과거에 귀속되어, 과거를 숙주처럼 사용하며 현재를 영유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모두들 현재를 산다고 말하지만, 과거에 끈을 두고 현재인 척하며 달리고 있는 사람 또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