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이 때쯤 되면 뺨 때리는 장면이 나오겠다 싶어서였다.
하지만 통속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내게 이 영화는 코웃음치며 잔잔하게 진행된다.
릴리 프랭키가 욱할만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살짝 툭 하고 칠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평화로운 극의 진행 방식에 당황하게 될 줄이야.
사실 이게 맞는 반식일 텐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런 작법이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려면 감독의 큰 내공이 필요하다.
평범을 평범하게.
단순한 진리이지만 그렇기에 더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스쳐지나갔던 한 단막극의 줄거리가 생각났다.
친모는 아이에 무관심하고, 계모는 아이에 대한 지극정성을 보여주는데, 그것으로 인해 갈등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마 가족을 가진 이들이라면 평생의 화두로 삼을 만한 이야기이다.
피냐, 시간이냐.
피는 애정을 보장할 수 없지만, 시간은 애정을 증명할 수 있다.
가족이 가진 의무감, 그것은 피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정작 가족으로 인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등 각종 감정은 시간에서 비롯된다.
가족신화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슬픈 영화는 작정하고 슬픈 음악을 틀고 눈물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배경음악 하나 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무표정이 나오기까지 그 얼굴에 맺혀있었을 슬픔이 잔잔하게 드러나게 하는 장면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아역들의 연기가 굉장하다.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감독의 연기연출 방식이 궁금할 만큼 아이들의 표정이 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주연배우들의 호연도 좋았는데, 료타의 회사상사 쿠니무라 준과 케이타의 외할머니 키키 키린은 아무리 짧게 등장해도 인상적인 것 같다.
아들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자기 아버지를 배운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지 않은가.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낳는다고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아버지로 만드는 것은 피가 아니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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