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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조금만 더 가까이




몇 년 전에 보았던 김종관 감독의 단편인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놀라웠다.
남자선배에게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배우는 여자후배의 표정만으로 사랑의 기운을 프레임에 온전히 담은 영화였다.
김종관의 연출부터 정유미의 표정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설렜다.
김종관은 사랑의 기운을 잘 아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옴니버스 영화인 '연인들'에 수록된 김종관 감독의 '헤이,톰'도 그의 전작과 비슷했다.
예쁜 화면과 수줍어하는 여성의 표정까지.
그의 영화는 서정적인 동시에 예쁜 팬시상품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김종관이 가장 잘 다루는 테마인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너와 헤어진 뒤 연애불구가 되었다며 전남자친구를 찾아온 여자도 있고,
여자후배와 정사를 가진 뒤에 동거하는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게이 남자도 있다.
또한 묘한 사랑의 기운이 흐르는, 아직은 친구 사이인 두 남녀가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그의 장편은 여전히 예쁘다.
내가 매일 가던 남산이 저렇게 예쁜 곳이었나 싶을만큼 그의 화면은 이와이슌지가 부럽지 않을만큼 예쁘다.

심지어 배드씬조차도 예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은 배드씬이었다.
노출이 많지는 않지만, 노골적인 대사들과 정사를 앞둔 남녀의 긴장감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 배드씬의 긴장감이 거의 스릴러 수준이다.
배드씬 계의 '추격자'랄까?

그의 영화는 여전히 예쁘다.
다만, 단편이 아닌 장편이고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이야기의 밀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의 여러 단상을 보여주는 영화인데, 차라리 한 커플에게 집중하는 것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각 커플들의 이야기가 짧다보니 감칠맛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사랑의 여러 단상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많이 보아온 장면들이 대다수였다.

개인적으로는 정유미 캐릭터가 참 좋았다.
갑작스럽게 예전 남자친구에게 다가와서 너 때문에 연애불구가 되었다고 말하는 캐릭터가 참 귀여웠다.
상대역인 윤계상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정유미의 대사 덕분에 많이 웃었다.

연인들의 시작들을 보여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화가 끝난다.
전사만 보여주고 갈등이 막 일어나려는 순간에 극이 끝난 느낌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난 여전히 김종관의 예쁜 화면이 좋다.
요조와 윤희석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여전히 김종관은 짝사랑의 기운을 잘 포착해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스크린에 담아내는 것이 힘들텐데 김종관은 척척 해내고 있다.
그는 아마 차기작에서도 사랑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가 많은 사랑을 해본 것인지, 아니면 많은 사랑을 지켜보았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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