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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트윈픽스 시즌3 (Twin Peaks 3 , 2017)



데이빗 린치의 최근작을 보고 싶은데 2017년에 시즌3가 나와서 뒤늦게 트윈픽스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윈픽스 시즌3는 걸작이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 트윈픽스 시리즈에 열광하던 이들 모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 되었다.


트윈픽스 시즌1,2의 이야기를 25년이 지난 뒤에 그대로 이어서 전개한 그 배짱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전 시리즈에 대한 향수가 강한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얼굴에 묻어난 세월을 보면서 트윈픽스 시리즈와 함께 세월을 보내왔다는 느낌이 단숨에 느껴지는데 그것이 유대감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전의 단서들을 회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전개해나가는 각본에 감탄하게 된다.

애초에 시즌3의 내용까지 기획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트윈픽스 극장판에서 사족처럼 느껴졌던 부분들도 결국 복선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시리즈 전체에 대한 장악력에 놀라게 된다.

데이빗보위를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시즌 1,2는 로라파머를 추적하면 서사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붉은방의 세계가 가장 큰 매력이었다.

시즌3는 전적으로 붉은방과 설명 못할 무의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매혹적인 이미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전 시즌의 경우 서사가 비교적 뚜렷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수월한 편이었다.

그에 비해 시즌3는 확실히 데이빗린치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한 전개가 강해졌다.

'엘리펀트맨'에 나오는 기괴한 이미지들, '블루벨벳'에서 위험을 보면 도망치기보다 추적하는 인물의 성향, '로스트하이웨이'에서 한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 '멀홀랜드 드라이브' 속 인물들의 무의식을 대사 대신 이미지로 보여주는 장면 등 트윈픽스 시즌 1,2의 흔적보다 데이빗린치의 영화 속 이미지들이 훨씬 더 많이 묻어났다.


모니카벨루치, 아만다 사이프리드, 케일럽 랜드리 존스, 마이클 세라, 팀 로스 등 배우들이 적은 분량임에도 출연해서 반가움을 더한다.

'겟아웃'의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특유의 분위기가 트윈픽스와 잘 어울렸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광란의 사랑' 속 로라 던과 니콜라스 케이지 커플의 이미지를 보여줘서 보고 있으면 불안해진다.


카일 맥라클란은 여전히 근사하다.

인격을 기준으로 보면 1인 3역을 소화해낸다.

카일 맥라클란와 로라던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데이빗 린치의 남녀 페르소나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했다.

데이빗 린치의 차기작은 잘 모르겠으나 부디 계속 데이빗 린치의 세계 속 그들을 만나고 싶다.


데이빗 린치 감독이 연기한 고든 국장의 분량이 엄청 많아졌는데, 데이빗 린치는 좋은 감독인 동시에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카일 맥라클란과 데이빗 린치의 연기도 좋았지만, 앞으로 트윈픽스 시즌3를 떠올리면 나오미왓츠가 떠오를 것 같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서도 자신이 데이빗 린치 월드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배우인지 증명해낸다.

신경 쇠약 직전의 억척스럽고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격하게 표현하자면 장면들을 씹어먹는다.


시즌3 엔딩은 마지막 두 편에 걸쳐서 나오는데, 모든 단서들을 회수하는 동시에 또 하나의 단서를 남기면서 끝내는 느낌이다.

부디 다음 시즌이 나오기를 바라게 된다.

트윈픽스라는 도시의 사연과 붉은방의 이야기는 여전히 더 듣고 싶다.


데이빗 린치는 명상연구소를 운영할만큼 명상을 좋아하는 감독인데, 그의 영화를 보고나면 진지하게 명상을 배워볼까 싶다.

대부분의 미디어들은 현실에 대해서 말하는데, 데이빗 린치의 작품들은 영혼에 대해 말한다.

우리 삶은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많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논리로 설명 안 되는 이유로 전개되는순간이 훨씬 많다.

영혼에 대해, 설명 못할 매혹적인 순간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트윈픽스 시즌3는 영원히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