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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신과 함께 - 죄와 벌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 2017)


'신과 함께'는 강풀 작가의 원작으로 제작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떠올린다.

영화 자체에 몰입하기보다 웹툰원작의 감동을 계속해서 건드려주는 단서들이 잘 배치되어서, 영화가 아닌 웹툰이 떠올라서 감정적으로 울림을 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웹툰의 울림이 컸기 때문에 영화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므로 원작웹툰을 안 본 이들에게 이 영화의 빈틈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감정적으로 울리려는 장면들은 관객들이 알고도 당할 만한 신파의 정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웹툰의 잔상까지 남아서 울림을 준다.

예상가능한 울림이라 감흥이 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안에서 기술과 서사 중에 기술을 선택했다.

서사를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술과 서사가 따로 가서 섞이지 않는 느낌이 더 컸다.

그의 데뷔작인 '오!부라더스'를 비롯해서 스토리텔링에 능한 감독임에도, '미스터 고' 이후로 덱스터필름을 만들고 기술에 집중하는 인상이었고, '신과 함께'를 보며 기술력에 대한 그의 욕심이 크게 느껴졌다.


연기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는 원작웹툰의 스토리를 어설프게 바꿨기 때문이라기보다 대사의 짜임새 때문이었다.

특히 저승차사들의 대사들은 현대와 고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인데 양면적이라 매력적이라기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서 불안해보였다.

김향기가 연기한 덕춘 캐릭터가 좋았던 이유는 덕춘만이 유일하게 입체적이기 때문이고, 전사를 궁금하게 만드는 단서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던져줬기 때문이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김동욱이었다.

많은 정보를 담아내느라 그것들을 수습하느라 삐그덕 되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수홍 캐릭터는 방향성 자체가 명확한 캐릭터라 더 돋보였고, 그렇기에 배우에게도 딱 맞는 옷이었을거다.

후반부에 예수정과 만들어내는 장면은 분명 신파임에도, 장면 초반에 김동욱이 몰입한 채 보여주는 대사와 표정들은 배우가 모든 제약을 넘어버리는 느낌을 줄만큼 인상적이다.


2편에 대한 기대보다 웹툰원작에 대한 향수가 더 심해진다.

아마 2편을 봐도 웹툰의 단서들을 영화에서 발견하고, 웹툰의 기억을 더듬느라 분명 울고 웃음에도 그 출처가 스크린이 아닌 기억 속이라면 이건 감독 입장에서는 슬픈 광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