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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자살클럽 (自殺サ-クル: Suicide Club, 2002)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자살을 다룬 소설인 '표백'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영화 '자살클럽'은 '표백'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을 모두 채워준 영화였다.
흔하다면 흔한 소재일 수도 있는 자살을 정말 극단적으로 풀어낸다.
오히려 너무 극단적이어서 우습기까지 한 리듬으로.

보기 힘들 영화이다.
보는 내내 몸에 있는 모든 급소가 찌릿했다.
자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굉장히 과장된 비쥬얼로 보여주다보니 피로감이 엄청나다.

구로사와 기요시와 소노 시온의 영화는 내면의 공포를 건드린다.
소노 시온의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감독은 데이빗 린치이다.
공포라는 단어를 형상화하면 딱 소노 시온의 영화가 아닐까.

영화는 묻는다.
당신과 당신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난 나 자신과 어떤 관계인가.
난 타인과 어떤 관계인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는 무엇인가.
내가 이미 죽어버린, 내가 없어도 되는 관계라면 난 지금 왜 살고 있는가.

소노 시온 감독이 시인 출신이기에 관념적인 영화가 아닐까라고 예상했지만, 뚜렷한 서사를 가지고 있고, 표현도 직설적이고 시각효과도 과감하다.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사 통틀어서도 인상적인 장면일 것이다.
유쾌한 음악과 밝은 표정, 경쾌하게 하나 둘 셋을 외치고 동시에 죽음으로 뛰어드는 아이들.
곧 이어 나타나는 토막난 시체들과 터져서 줄줄 흐르는 핏물들.
오프닝 시퀀스와 중간 부분의 옥상에서의 자살시퀀스의 밝은 톤으로 자살을 다루는 부분의 리듬은 우리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아마 내 생애 가장 후유증이 큰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