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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2019)

요즘에는 극장에 가는 게 일 같아서, 작정하지 않으면 잘 안 간다.

그나마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라도 챙겨서 보려고 하는 편이다.

타란티노의 신작이 개봉해서 며칠 전부터 계속 살펴보다가, 개봉날이 마침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 맞춰서 봤다.

 

리모델링한 왕십리cgv 2관은 좌석간격도 넓은 편이고 스크린과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라 좋았다.

cgv에서 생일콤보를 받아서 먹은 적도 처음이다.

빈손으로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해서 그런지, 팝콘과 음료와 함께 영화를 보는 건 까마득할 만큼 오랜만이었다.

 

아무리 많은 영화를 봐도 왓챠 성향분석에서 1위 감독은 늘 쿠엔틴 타란티노다.

실제로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고, 그처럼 모든 작품의 완성도가 상향평준화된 감독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헤이트풀8'은 처음으로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작품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사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작품 치고는 범작으로 느껴져서 이번 작품도 최대한 기대를 안 하려고 했다.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짧은 쿠키까지 보고 나니 마음이 찡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전반부는 타란티노 영화치고는 평이하게 느껴졌다.

내가 그의 폭력적인 시퀀스를 잔뜩 기대하고 갔기 때문일까.

꽤 오랜 시간 진득하게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이어진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느꼈다.

타란티노가 아무리 가벼워보이고 과장된 영화를 찍어도,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타란티노가 엔딩에서 한 선택은 여러모로 경이롭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면서 내가 울컥할 날이 올줄은 몰랐다.

지금도 그 여운 덕분에 따뜻하다.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피의 온기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진다는 표현을 하게 되다니.

앞부분에 각 인물들이 영화와 관계 맺으면서 뒤에서 힘들어하는 장면들과 엔딩이 맞물리고, 영화가 끝난 뒤 영화사에 남겨진 몇몇 장면들이 겹쳐지면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됐다.

 

올해의 영화는 아니어도 올해 가장 인상적인 엔딩이 아닐까 싶다.

여운에 있어서도 압도적이고.

영화를 사랑한다면, 이 영화는 여러모로 축복이다.

부디 타란티노가 은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