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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Four Adventures Of Reinette And Mirabelle , 4 Aventures De Reinette Et Mirabelle , 1987)


한 감독의 작품을 연달아서 볼 때 좋은 점은, 한 배우가 여러 작품에 다양한 역할을 하는 걸 지켜보는 거다.

에릭 로메르 작품들에서 타 작품의 주연이나 조연인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단역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게 흥미롭다.

'해변의 폴린느'에서 사탕 파는 여자로 나온 로세테는 '녹색광선'에서 주인공의 친구 중 한명으로 초반에 짧게 등장한다.

'녹색광선'의 주인공인 마리 리비에르는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서 기차역에서 사연을 지어내서 돈을 구걸하는 여자로 등장하고, '만월의 밤'에서 주인공의 사랑을 원하는 작가로 나온 파브리스 루치니가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서 영화 막판에 그림을 사는 남자로 등장한다.

이런 발견의 순간들이 즐겁다.


어찌 보면 미련할 만큼 자기 고집이 강한 두 사람이 시골에서 만난 뒤에 파리에서 함께 룸메이트로 지낸다.

그림을 그리며 시골에서 살다 온 캐릭터를 맡은 조엘 미쿠엘과 자신만의 신념이 강한 캐릭터를 맡은 제시카 포드, 두 사람의 호흡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골과 도시의 풍경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보고 있으면 답답한데 한편으로는 그 상황이 일상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흥미롭다.

짜증나는 상황에 몰입되는 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그걸 성공해내는 영화는 좋은 영화다.

그러므로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는 좋은 작품이다.


두 사람이 나름의 신념으로 대립하는 게 흥미롭다.

카페에서 거스름돈이 없다고 오히려 손님인데도 푸대접을 받고,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여자를 도와주는 룸메이트를 보며 그러지 말라고 화를 내고, 역에서 자신에게 돈을 뜯은 것과 같은 사연으로 구걸을 하는 여자에게 화를 내다가 그녀의 사연을 듣고 마음이 풀리고, 말을 하지 않고 그림을 팔기로 결심하는 등 상황 등이 일상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고 자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고려하게 된다.


여전히 그의 작품 중에 '해변의 폴린느'가 좋지만, 그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첫 외국여행이 프랑스 파리였고, 딱히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에릭 로메르 작품들을 보면 프랑스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풍경들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