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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님포매니악 볼륨 1 (Nymphomaniac: Vol.1 , 2013)



감독확장판으로 2시간 30분짜리 버전으로 봤다.

영화 절반부까지는 그리 큰 감흥 없이 봤다.

라스폰트리에다운 장면도 있었지만, 내가 그에게 기대하던 감성은 전반부에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전사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그렇겠지만.

색정광이라는 설정 자체가 워낙 강하다보니, 연출로 그 소재를 이기기도 쉽지 않고.


그런데 우마서먼이 나오는 부분에서 에너지가 터진다.

라스폰트리에의 영화를 보면서 내가 기대했던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그빌'에 열광할 수밖에 없던 그 감흥을 느꼈다.

끔찍한 순간에 냉철하게 대상을 응시하는 인물, 이번엔 그런 인물로 우마서먼이 나온다.

'킬빌' 이외에 그녀에 대해 기억하는 작품이 거의 없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도 눈에 띈다.

'장미의 이름'이나 '트루로맨스'는 전자는 원작, 후자는 각본가인 타란티노에 신경쓰느라 영화 자체의 감흥이 덜했고, 크리스찬 슬레이터도 썩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 전혀 예상못한, 절대 못볼 것 같은 그의 표정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딸에게 나무와 잎에 대해 설명하고, 병상에서 누워서 발버둥치고, 딸 앞에서 짓는 평화로운 표정.

이제 크리스찬 슬레이터를 명확히 기억할 영화가 생긴 기분이다.


스테이신 마틴은 '영앤뷰티풀'의 마린백트를 볼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 작품의 임팩트가 이렇게 강한데 과연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게 될까 궁금해진다.


스테이신 마틴의 영화라고 할만하지만, 우마서먼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다양한 은유들이 등장하는데 일부는 좀 도식적으로 느껴졌다.

영화 속에 그래픽들이 중간중간 들어간 부분들이 인상적이다.

라스톤트리에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뻔하지 않게 다뤄서 좋다.


개봉판으로 봤으면 감흥이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긴 러닝타임으로 보니 감흥이 더 길다.

2편까지 다 보면 이 영화는 내게 온전히 어떻게 기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