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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글로리아 (Gloria, 1980)



아마 대부분 그렇겠지만 최초의 영화서부터 지금의 영화까지 순서대로 본다는 것은 굉장한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 시대의 감성과 기술에 맞는 눈을 그 시절의 눈으로 맞춰서 본다는 것이 말이 쉽지.
그래서 요즘은 그냥 최근에 나온 영화들 보고 싶은 것들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차근차근 역순으로 좋았던 영화들의 감독들 전작을 살펴본다.

그 당시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중에 내게 별로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는 영화 또한 많다.
이미 그 명작의 다양한 변주들을 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명작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특정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 영화가 영향받은 작품을 떠올린다.
내가 90년대 작품을 주로 보았다면, 60년대 영화를 보면서 90년대 영화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90년대 영화가 60년대 영화의 영향을 받았어도, 내 기억을 기준으로 보기에는 60년대 영화가 마치 90년대 영화보다 투박해보일 때가 있다.

'글로리아'는 보는 내내 수많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최동훈 감독은 아예 교과서처럼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었고, 왕가위 감독은 '중경삼림'의 오프닝도 '글로리아'처럼 절제해서 찍으려 했다고 말했었다.
뤽 배송의 '레옹'은 이 영화의 남녀구도만 바꾼 영리한 기획이다.

옆집꼬마아이를 우연히 돌봐주게 되고, 어느새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나랑 잔 남자 중에 가장 근사한 남자라고 꼬마를 설명하는 등 지금 봐도 인상적인 대사들이 곳곳에 있다.

존 카사베츠의 영화가 아니라 제나 로우랜즈의 영화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멋진 여성캐릭터인데, 남자아이를 구하는 스릴러라기보다 애 키우기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드라마의 성격이 더 강해보인다.
아이와 글로리아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남자꼬마로 나오는 존 애덤스이다.
아카데미에 대항해서 만든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 이 시상식의 제1회 남우조연상 수상자가 바로 존 애덤스이다.

과거의 영화들을 볼 때마다 부지런히 지금 개봉한 영화들을 봐둬야겠다고 느낀다.
개봉하는 영화들 부지런히 보면서 과거를 채워나가다보면 얼추 내가 영화볼 때 필요한 장면들과 감정들이 모이지 않을까 싶다.

프랑소와 투뤼포처럼 하루에 영화 세 편씩 볼 자신도 없지만, 분명 시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 영화로만 채워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믿기에 난 지금도 영화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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