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 2014)




잠을 거의 못 자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초반에 10분 정도 졸면서 봤는데, 하필이면 그 때가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장면 전부였다.
다행히 초반이 서사에서 썩 중요하진 않아서 이야기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고, 기대했던 만큼 재밌었다.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은 여전한 가운데, 그의 작품 중 가장 애틋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웨스 앤더슨의 화려한 영상은 여전하다.
스토리는 정적이고 인물들도 뭔가 시무룩한 가운데 미술과 의상은 참으로 현란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소년들이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데, 그의 영화 속 유니폼들은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귀엽다.
웨스 앤더슨은 이번에 프라다와 단편 작업도 함께 했는데, 패션브랜드에서 웨스 앤더슨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에 나오고 싶다고 인터뷰에서도 여러번 밝혔던 주드로는 드디어 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다른 영화에서 주연이었을 배우들이 짧은 분량으로도 출연하는 걸 보면 웨스 앤더슨은 참 매력적인 감독인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동화 같은 촬영장이라면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긴 하다.

월렘 데포는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씬 스틸러이다.
분명 주연은 다른 배우들인데 영화를 보고나면 월렘 데포가 기억나는 경우가 많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월렘 데포가 자꾸 생각나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랄프 파인즈이다.
난 사실 랄프 파인즈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소화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웨스 앤더슨의 세상 속에서는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진다.

'문라이즈킹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커플이 몹시 귀엽다.
시얼샤 로넌은 웨스 앤더슨이 원하는 표정을 가진 배우 같다고 느꼈다.

귀여운 가운데 뭔가 짠한 맛을 남기는 영화이다.
사실 영화평을 미리 보고 갔을 때도 웨스 앤더슨 영화 중 가장 어둡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웨스 앤더슨은 웨스 앤더슨이다.
여전히 사랑스러운데, 오히려 어두운 기운 덕분에 그 사랑스러움이 더 가치있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