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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계춘할망 (Canola , 2016)

 

착한 영화의 완성도가 낮으면 마음이 아프다.

영화의 미덕은 착한 것이 아니라 잘 만든 것이다.

착한 것이 영화의 덕목 중 하나라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장르 대부분은 사라져야할 것이다.

착하다는 감정조차도 영화가 되려면, 그 감정을 면밀하게 짜임새 있게 그려내야 한다.

 

'계춘할망'은 작위적이고, 신파적이고, 이미 수없이 봐온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러닝타임을 견디게 하는 것인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내게 윤여정은 강한 여자의 이미지인데, 그녀가 아예 신파극에 나오는 할머니로 나와버리니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윤여정이 작정한다면 울지 않고 버틸 도리가 없다.

 

김고은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김고은이라는 신인배우가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러한 도전 끝에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좀 더 단단해지기를.

 

제주도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차라리 억지스러운 부분 대신, 두 사람의 전사 등도 숨겨두고 분위기 정도만 풍기고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모습에 집중했다면 더 많은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과잉된 장면들보다 말없이 응시하는 짧은 몇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보고나서 혼자 상상하게 된다.

윤여정이 자신의 손녀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1인극을.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모든 표정이 담긴 아름다운 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