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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이야기

아직은 겨울, 어쩌면 계속 1. 라면 기숙사 살던 시절에는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 세 끼를 먹었다. 덕분에 지금도 컵라면을 안 먹는다. 삼각김밥은 너무 많이 먹어서 먹다가 토한 적도 있다. 컵라면을 포함한 편의점 음식 대부분을 먹지 않는다. 지금은 딱히 라면에 대한 혐오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라면을 안 먹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는다. 주로 힘든 일이 있으면 먹는다. 힘들면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이 먹고 싶다. 기분이 안 좋으면, 몸에도 안 좋은 음식을 쏟아줘야 정신과 육체가 공평해짐을 느낀다. 완벽하게 더러워진 나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한다. 나 진짜 더러운 놈이구나. 그렇게 인정하고, 바닥을 치고, 고쳐나간다. 여전히 바닥이고, 고쳐나가고 있다. 새벽에 눈이 떠졌고, 문득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잠이 식.. 더보기
결국, 낭만 1. 밤의 일본 민트페이퍼에 올라온 글 중에, 뮤지션이 추천한 2014년의 앨범에 대한 글이 있었다. 소란의 고영배가 '공기공단'이라는 팀의 '음가순여1'이라는 음반을 추천해서 들어봤다. 술 마시고 들으면 울게 되는 효과가 있는 앨범이라고 했다. 술 마실 일이 별로 없어서 울지는 않았으나, 밤에 들으면 더 좋은 음악임에 틀림 없다. 일본노래를 거의 안 듣는다. 일본어의 어감이 예쁘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까. 일본음악을 듣는 밤이라니, 어색하다.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사는 게 편한지라, 이렇게 불쑥불쑥 낯설고 어색한 것이 내 삶에 진입했을 때 느껴지는 그 기운이 좋다. 좋은 밤이다. 2. 정리 결벽증에 걸린 것처럼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원래 하나 정리하기 시작하면 다 뒤집어서 모든 것을 끝내야.. 더보기
얼굴 표정 1. 얼굴 전에는 사람의 웃음을 봤다. 웃음을 봤고, 웃음을 믿었다. 이제는 사람의 무표정을 믿는다. 표정이 없을 때, 그 얼굴이 가장 진실하다고 믿는다. 무표정을 연습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웃음을 연습하는 것보다도 훨씬 힘든 일이다. 웃음이 몸이라면 무표정은 마음 같아서, 단련이 힘들다. 결국에는 힘들어서 그냥 실없이 웃는다. 내 무표정은 너무 솔직하다. 2. 표정 누군가가 날 좋아해주던 시절, 그 시절 그 사람의 표정을 안다는 것. 더보기
드라, 막 1. 드라마 삶이 공허할수록 드라마나 영화에 의지하게 된다. 2. 라인업 매년 이 시기에 제일 가슴 떨리는 순간은 부산국제영화제 라인업이 공개되는 것이다. 쟁쟁한 감독들의 신작 라인업. 항상 학기 중에 개막하기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여태껏 한 번 밖에 못 가 보았다. 그때도 연극 끝나고 밤새 뒤풀이하고 버스에서 실신한 상태로 가는 길이었기에 애초에 힘겹게 영화예매하는 것은 포기하고 식도락 여행을 했다. 그 당시 함께 부산에 간 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런 조합으로 우리가 다시 여행을 갈 일이 없을 것이라는 걸. 엄청 친한 친구들이 아닌데 그렇게 충동적으로 여행간 것도 처음이었고, 몹시 재밌었다. 다음이 없을걸 알아서 그랬을까. 어쨌거나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씨네21에 나와있는 영화제 라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