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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Alive Inside , 2014) 획기적인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는 얼마나 탁월한 주제를 선정하냐가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는 굉장히 잘 기획된 다큐멘터리다. 치매 환자들이 음악을 듣고 반응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모습은 경이롭다는 말 이외에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과, 그 문제의 해결방식으로 음악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이 굉장히 통찰력 있는 선택으로 느껴졌다. 세상은 모두 '어른'을 기준으로 삼는다. 아이들이 소중한 것은 어른이 되어 사회를 지지해줄 것이기 때문이고, 노년층은 어른들이 부양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대상이자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 모든 이들은 늙고,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 더보기
리얼 술래잡기 (リアル鬼ごっこ , Tag , 2015) 소노시온의 '자살클럽'은 지금도 손에 꼽을만큼 걸작이다. 그의 영화가 좋은 이유는 그가 극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당한 타협을 한 범작보다 극단을 보여준 괴작에 더 마음이 간다. '리얼술래잡기'는 '자살클럽'만큼이나 임팩트 있게 시작한다. 소노시온의 낙인을 초반부터 찍고 시작한다. 개연성에 있어서 관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완벽하게 개연성을 고려해서 설계하거나, 개연성을 따질 여지도 없이 휘몰아치거나. 소노시온은 후자에 능한 감독이다. 캐리멀리건을 닮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일본인배우 트린들레이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역할 자체가 거의 울다가 끝나서 아쉽지만 새로운 얼굴이기에 앞으로의 필모그래피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서사에 있어서 빈틈이 많고, 비약도 심하다. 해석에 있어서 끼워맞추.. 더보기
초인 (Overman , 2015) 윤종신의 '사라진 소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감탄했다. 뮤직비디오의 주연으로 등장한 채서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초인'은 채서진이 나오기에 더욱 기대하고 봤다. 제목은 니체의 책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절에서 따왔다. 제목에서부터 예상가능하지만 문학이 꽤나 중요한 텍스트로 쓰인다. 문제는 이 영화가 단편영화도 단막극드라마도 아닌 영화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 이 영화의 깊이와 메시지가 장편영화에 적합할까. 이 영화가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두 배우가 가진 고유의 매력 때문이다.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대사가 많은데 오히려 배우의 매력으로 채워나간 부분이 많다. 두 사람의 감정선 또한 매끄럽게 진행되는 느낌보다는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느낌이 더 크다. 문학이 쓰이는.. 더보기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Phantom Detective , 2016) 조성의 감독의 단편 '남매의 집'은 한국단편 중에 손에 꼽을 만큼 걸작이다.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은 나처럼 조성희 감독을 그의 단편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조성희 감독의 개성을 살렸다기보다 장르영화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다. '씬시티' 연상시키는 화면, 느와르와 추리 장르의 다양한 요소들을 잘 섞어두었다. 대부분의 기획된 영화들은 이러한 도전을 했을 때 굉장히 뻔해지기 쉬운데, 조성희 감독은 무척이나 짜임새 좋은 장르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될뻔한 마지막도 영화 초반부터 주기적으로 깔아놓은 복선 덕분에 제법 설득력을 가진 마무리가 되었다. 캐릭터와 플롯에 많이 신경 썼다는 것이 영화 전반에 묻어난다.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은 엄청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