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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곰상

귀주 이야기 (秋菊打官司 , The Story Of Qiu Ju , 1992) 대한극장에서 장예모 특별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 오늘부로 드디어 네 편 모두 봤다. 특별전으로 재개봉한 영화를 이렇게 열심히 챙겨본 게 처음이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극장에 못 가다가 극장의 즐거움을 오래 느꼈기 때문일까. 일주일만에 간 대한극장인데 코로나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온도 체크하고 사진 찍고 자동소독기 같은 걸 거쳐서 지나간다. 예매 때는 3관으로 적혀있었는데 상영관이 6관이어서 늦을 뻔 햇다. 다행히 어제 먼저 갔던 분이 자기가 이런 이슈가 있었다고 공유해줘서 다시 확인한 덕에 시간에 맞춰서 들어갔다. 여성이 주인공일 때 보통 통념에 있는 여성의 특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귀주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화 통틀어서 성별 상관없이 가장 우직하고 상식적인 사람이 귀주다. '.. 더보기
붉은 수수밭 (紅高梁 , Red Sorghum , 1988) 포스터가 이미 너무 많은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터조차도 유심히 안 보고 장예모 영화를 닥치는 대로 예매해서 봤기에 내용은 전혀 모르고 봤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울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울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놀랐다. 앞부분 30분 정도는 시트콤처럼 흘러간다. 뒷부분에 일본군이 등장하는 장면부터는 잔혹한 현실 때문에 보기가 힘들었다. 다소 거칠게 만들어진 구석이 있지만, 붉은 수수밭과 고량주의 붉은 빛과 햇살 등의 이미지가 워낙 인상적이라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게다가 이게 데뷔작이라니. 88년에 놀라운 데뷔작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예매해둔 장예모의 두 작품을 더 보고, 최근에 재개봉한 다른 작품.. 더보기
엘리트 스쿼드 (Tropa De Elite , The Elite Squad , 2007) 무지막지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 2부작 시리즈이고 액션물처럼 보여서 의아했다. 인도네시아의 '레이드' 같은 시리즈인가 했는데 굉장히 사회비판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시티 오브 갓'이 좀 더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지만, '엘리트 스쿼드'도 충분히 그에 준하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와그너 모라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면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서 좋았다. 어설픈 타협 대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일에 벗어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까지. 브라질의 현실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말한다. 정예요원이 되기 위한 훈련 절차는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웠다. 극에서 가장 큰 동력은 정의감을 가지고 있지만 부패로 찌든 시스템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더보기
중앙역 (Central Do Brasil , Central Station , 1998) 월터 살레스의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평이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거슬러 올라가서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역'을 봤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대한 인상이라면 칸, 베니스에 비해 가장 마이너한 영화에 상을 준다는 느낌이다. 그 덕분에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중앙역'은 아마 개봉 당시에 봤다면 좋았겠지만, 지금 보기에는 꽤나 예상가능한 지점이 많다. 이미 비슷하게 변주된 휴먼드라마가 많기 때문일까. 오히려 볼 때보다는 보고 나서 곱씹을 때 더 좋은 영화이긴 하다.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결 자체가 아예 다르다. 유년 시절에 따뜻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유년 시절에 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