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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파렐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 2017)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유명작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다.이번엔 제목부터 시작해서 아예 적극적으로 그리스신화에서 이야기를 따온다.신화적이고, 건조한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좀 더 촘촘해졌다. 다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우습기까지 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몰입의 여지가 생겼다.그러나 웃으며 볼 수 있는 그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전작들이 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폐쇄된 공간을 잘 다룬다.아마 질서에 관심 많고, 그 안에서 고통 받는 개인을 찍는데 능한 감독이기 때문일 거다.동어반복처럼 느껴지기보단 그만의 색이 진한데 늘 새로운 느낌으로 전진한다고 느껴진다.이 작품 다음에 찍은 게 '더 페이버릿'이라는 게 놀랍다. 개연성에 있어서 거의 뻔뻔할 만큼 설명보단 밀고 나가는 그의 뚝심은 봐도봐도 대단하다... 더보기
더 랍스터 (The Lobster , 2015) 어떤 감독은 전작을 봐도 썩 마음에 와닿지 않고, 어떤 감독은 분명 좋은 작품이라고 이해는 되는데 마음은 안 간다.어떤 감독은 한 작품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어떤 감독은 괴작으로도 마음을 사로 잡는다.예를 들면 다르덴 형제나 홍상수의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건 늘 머리로는 알지만 완전하게 마음을 빼앗긴 적은 없다.그러나 미하엘 하네케는 '히든' 단 한편만으로도 늘 나의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고, 데이빗 린치는 완성도를 떠나서 늘 그의 작품에 마음에 간다. 그리고 새해 들어서 좋아하는 감독 목록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이름을 올릴 수박에 없게 됐다.왓챠 취향분석에 좋아하는 감독 이름에 안 뜰지언정 그는 이미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더랍스터' 또한 우화다.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신화 혹은 우화다.인물.. 더보기
세븐 싸이코패스 (Seven Psychopaths , 2012) 마틴 맥도나의 작품은 '쓰리빌보드'가 처음이었다.그 짜임새가 놀라웠다.다음으로 데뷔작인 '킬러들의 도시'를 봤다.나의 취향이 완전하게 들어맞았고 난 이제 꼼짝없이 마틴 맥도나의 팬이 되었음을 느꼈다. '세븐 싸이코패스'도 역시나 매력적이다.짜임새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 작품이 데뷔작 같다.창작자의 대본과 실제가 엮인다는 면에서는 찰리카프먼이 각본을 쓴 '어댑테이션'이 떠올랐다.각본은 찰리카프먼을 떠올릴지 몰라도 연출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쿠엔틴타란티노가 생각난다.내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이들을 두 합친 것 이상으로 마틴 맥도나의 작품은 매력적이라는 거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호흡을 맞춘 콜린파렐의 억울한 표정은 여기서도 유효하다.싸이코패스에 대해 쓰다보니 어느새 싸이코패스가 되어가는 듯한 그 태도도 흥미롭.. 더보기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 2008) '쓰리빌보드'를 먼저 보고 몇 달 뒤에서야 '킬러들의 도시'를 보았다.번역제목은 최악이다.영화의 배경인 브리주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공간적 특징을 없애고 평범한 제목을 붙이다니. 마틴 맥도나가 얼마나 뛰어난 각본가인지 생각하게 된다.각본도 각본인데 영화의 리듬이 정말 좋다.타란티노가 몇 편만 더 만들고 나면 은퇴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내가 타란티노를 좋아하는 이유인 멋진 리듬을 마틴 맥도나가 보여주고 있다.쓸데 없어 보이는 대화로 긴장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던지는 대사를 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브리주에 대해 서로 상반된 평가를 하는 두 킬러와 그들을 쫓아오는 보스 킬러까지 세 캐릭터가 굉장히 뚜렷하게 입체적이다.이렇게 균형을 잘 맞춘 각본이라니.고전적인 것과 고리타분함을 함께 갖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