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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은교 아쉬움이 많았지만 감동적인 부분 또한 많았다. 일단 아쉬웠던 부분들. 박해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박해일을 보면서 이적요가 아니라 연기하고 있는 박해일을 느낀다. 박해일이 참 열심히 분장을 하고 목소리를 깔고 연기에 임하고 있구나. 분장과 내내 어색하게 느껴지는 목소리 때문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차라리 이적요의 나이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적요 나이에 맞는, 그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 중에 투자를 받아낼 만한 배우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박해일에게 분장을 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박해일이 젊은 이적요를 연기하는 부분은 참 근사하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어차피 이적요의 욕망이 보여주는 젊은 시절과 현재의 싱.. 더보기
해피엔드 (Happy End, 1999) 정지우 감독의 신작 '은교'는 '모던보이'와 마찬가지로 소설이 원작이다. 그의 감각이야 항상 좋아했지만, 난 그가 자신의 원안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 내게 여전히 그의 최고작은 '해피엔드'이다. '사랑니'는 너무 추상적인 영화여서 대중들에게는 그리 친절한 작품이 아니다. '해피엔드'는 단순한 치정극의 스토리임에도 스릴러와 멜로의 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전도연이 아이 분유에 수면제를 타고, 최민식이 분유 속 개미를 발견한 뒤 벌어지는 일련의 시퀀스는 지금 봐도 예술이다. 작품마다 항상 세련된 영상을 보여주는 정지우 감독인데, 시나리오에 있어서 각색이 아니라, 그의 원안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 기대한다, 좋아하는 감독들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그의 신작이 그의 최고작이 되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