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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고모라 (Gomorra , Gomorrah , 2008) 칸영화제는 같은 해에 출품된 두 편의 이탈리아 영화 '일 디보'와 '고모라' 중 '고모라'의 손을 들어줬다. 둘 다 좋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일 디보'일 것 같다. 그러나 '고모라'는 매혹적이다. '일 디보'는 과장으로 현실을 풍자했다면, '고모라'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주인공이 따로 없을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결국 그들은 나폴리의 폭력적인 환경 안에 하나로 수렴한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나폴리 북부의 마피아들이 얼마나 활개치는데에 대한 통계는 무시무시하다. 영화 내내 보여줬던 폭력이 현실에 비하면 일부라는 뜻이니까. 실제 나폴리 범죄단이 영화를 보고 항의를 했다는 게 이 영화가 잘 그려진 영화라는 가장 큰 증거일 거다. 마테오 가로네가 보여주는 날 것의 정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보기
일 디보 (Il Divo , 2008) 이탈리아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에 대한 이야기다.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이탈리아 정치는 더욱 더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데 지장 없을 만큼 흥미롭다. 특히 시각적인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인물들을 소개할 때 쓰는 자막을 비롯해서 몇몇 장면에서는 진행속도를 임의로 조정하는 등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진행방식은 정치드라마보다 갱스터드라마에 가깝다. 이들이 하는 짓이 갱스터나 마찬가지라도 말해주고 있다. 정말 영리하게 잘 만든 정치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가장 탁월한 정치드라마였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 이상의 작품이 가능할까. 줄리오 안드레오티가 직접 이 영화를 보고 기분 나빠헀다고 하니, 영화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더보기
아들의 방 (La Stanza Del Figlio , The Son's Room , 2001) 기대보다 평이했다. 이미 너무 많이 봐온 서사다. 칸영화제가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지 아이러니할 정도다. 로마가 배경인데 난니 모레티는 로마를 관광지가 아닌 생활지역으로 그려낸다. 이방인으로서 그런 풍경을 보는 건 흥미로웠다. 내게 로마는 편의점만큼 관광지가 많은 곳이었으니까. 난니 모레티가 연출, 각본, 주연까지 다 했지만 그리 돋보인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최근에 연달아 본 이탈리아 영화들은 하나 같이 음악이 돋보인다. 특히 클래식을 잘 쓴다. 아내로 나온 로라 모란테와 딸로 나오는 자스민 트린카의 연기가 좋았다. 두 사람은 이후로도 필모그래피가 빛나는 배우다. 아들을 잃고나서 문득문득 슬픔이 올라오는 정서는 이미 많이 봐온 터라 별 감흥 없었는데,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새로운 소녀의 등장이 오히려.. 더보기
빠드레 빠드로네 (Padre Padrone , Father And Master , 1977) 이탈리아의 정서가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자식들이 많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거다. 영화 시작과 끝에 직접 등장하기도 하는 가비노 레다의 실화이기도 하다. 육체노동만 시키는 아버지 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언어학자가 되는 결말은 놀랍다. 영화적 판타지라고 해도 당위성에서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 삶이 그럴 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탈출한 고향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결말은 여러모로 아이러니하다. 가비노 레다는 나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이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통해 무엇인가를 누리는 것도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 별 다를 것 없다고 말한다. 그런 현실이 결국 아버지의 승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언어가 새로운 세상을 눈 뜨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