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상희

철원기행 (End of Winter , 2014) '누구나 아는 비밀' GV 때 김대환 감독이 여러 이야기를 했다. 다만 이미 연출작이 있는 감독인데 '기생충 시나리오 작가'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게 아이러니했다. 아마 영화사 쪽에서 그렇게 말했을 거다, 홍보를 위해서. '철원기행'은 충분히 멋진 작품인데, 수식어로 쓰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다. 철원에는 가본 적이 없다. '철원기행'의 실제 촬영은 눈 때문에 강원도 고성에서 했다는데, 어쨌거나 철원의 풍경이라고 생각하고 감상했다. 이상희가 연기한 며느리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었다. 며느리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들 가족과 남이나 다름 없는데 왜 모든 갈등을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걸까. 보는 내내 느끼는 근본적인 답답함은 이러한 상황 때문이었다. '철원기행'에서 제일 큰 사건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이혼하겠다는 .. 더보기
만신 (MANSHIN: Ten Thousand Spirits , 2013) '사이에서'와 '영매'는 다큐멘터리이고, '만신'도 기본은 다큐멘터리인데 극영화적인 지점들이 중간중간 들어간다. '사이에서'는 이해경을, '만신'은 김금화를 다룬다.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무속인인지, 계열 같은 게 다른 건지는 봐도 잘 모르겠다. 김금화의 과거를 재연하는 부분을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시대순으로 보여주는데 김금화가 일방적으로 구술로 했을 걸 상상하면 좀 더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고 나서 '사이에서'가 좀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전적으로 극영화일 거라고 기대하고 '만신'을 봐서 그런 것 같다. 박찬경 감독이 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만든 단편 '파란만장'이 굉장히 흥미로웠기에 더 그랬을지도.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의 경우에는 극장에서 봤.. 더보기
미성년 (Another Child , 2018)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사려깊고 캐릭터들이 귀여웠다. 상황 자체는 화나는데 캐릭터들은 현명하다.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다. 희곡이 원작인 걸로 아는데, 연극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울컥하는 부분만큼 웃긴 부분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위트 있는 극이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잘 아는 작품이다. 짧은 분량으로 등장한 배우조차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배우 출신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연기디렉팅이 아닐까. 물론 무조건 보장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김윤석은 감독으로서 탁월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주연으로 나온 네 배우를 보는 재미가 크다. 배우 김윤석의 작품도 좋지만 그의 다음 연출작이 궁금해진다. 더보기
연애담 (Our Love Story , 2016) 퀴어라는 특수성을 보편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연애담'은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다.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두 배우의 표정을 잊지 못할 것 같다.'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아비정전'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말해준다.특히 이상희의 표정은 러닝타임 내내 한 사랑의 처음과 끝을 다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계속 이상희 캐릭터의 표정이 잔상처럼 남았다.그 잔상에 대해 인스타에 아래와 같이 글을 남겨뒀다. 난 표정이 많지 않아. 네가 보는 나의 웃음 같은 것들, 모두 네가 만든거야. 내 마음이 기억하는 널 흉내낸거니까 네가 만든거야. 너한테만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라 자꾸 기다리게 돼. 오직 너만을 위한 표정을 짓고, 넌 웃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