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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혜인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친구가 통신사 포인트가 남는다고 영화 볼 생각이 있으면 보라고 했다. 이번달 말에는 볼까 했던 '벌새'를 예매했다. 좋다는 평이 많은데, 실망할까봐 최대한 기대를 안 했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왔고, 장우산을 극장에 두고 갈까봐 걱정했다. 좌석 밑에 장우산을 둔 채,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 우산 분실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마감 때문에 보는 영화는 대부분 예전영화라서 집에서 스트리밍서비스로 본다. 극장에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극장에 가는 일이 줄어든다는 건 아이러니 하다. 극장 가는 길에 본 심보선 시인의 에세이에는 벌새를 언급한 대목이 있었다. 좋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벌새'는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마음에 크게 남을 작품이다. 김새벽이 나올 때는 .. 더보기
우리들 (THE WORLD OF US , 2015) 영화를 볼 때 몰입을 하고 싶어 안달나지만 늘 분석하기 바쁘다.평소에 감정의 폭이 크지 않기에 극장에서 마음을 내준다, 감정이 흔들리기를 바라면서.그러나 대부분은 실패한다.영화에 젖어있기보다 판단하고 나온다. '우리들'은 두 번 보기 힘들 영화다.마음에 너무 깊게 들어오는 장면들이 있어서 아팠다.예고도 없이 유년기로 끌어들인다.영화의 여백 사이에 나의 유년기가 등장한다.상처 주고, 상처 받은 순간들. 단편 '콩나물'이 사랑스러웠다면, '손님'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두 편 모두 '우리들'을 본 뒤 여운을 머금고 봐서 그럴 수도 있다.'우리들'은 계급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투명한 아이들의 태도로 보여준다.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체관람가임에도 계속해서 조마조마했다.상처 받을까봐.인물들의 상처, 그리고 내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