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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영매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Mudang': Reconciliation Between The Living And The Dead , 2002) 어제 본 '사이에서'가 이해경이라는 한 개인을 통해 무속신앙을 보여준다면, '영매'는 한강 이북과 이남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무속신앙에 대해 보여준다. 아무래도 한 개인을 보여준 '사이에서'가 좀 더 몰입이 잘 되긴 했는데, '영매'도 모르던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된 게 많아서 흥미로웠다. 특히 젊은 아들이 죽은 집의 기도를 해주다가, 죽은 아들에 빙의된 무당이 아들의 말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는 부분은 이 영화의 제목대로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다. 오랜 시간 공간에 머물면서 이렇게 다큐멘터리로 기록했다는 건 놀랍다. 다큐멘터리야말로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더보기
우상 (偶像 , Idol , 2018) 분명 좋은 지점이 존재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 사이사이에 설명 되어야 할 부분이 헐겁다.개연성이 부족하고 디테일이 떨어진다면, 이 거대한 야망을 가진 영화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의 예산은 2억이고, '우상'의 예산은 100억이다.그러나 예산만큼 영화의 질이 상승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한공주'에서 성범죄 장면을 재연한 장면은 변명의 여지 없이 무조건 삭제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상'은 삭제했어야 할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목이 잘리고, 주사를 넣는 등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이유가 무엇인가.게다가 이 영화는 장르물로서 고어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이 영화의 자극은 개연성이 없으므로 불필요하고 불편하다.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영화에 대한 기대는 불안으로 .. 더보기
불한당 (Perfect Blue , 1998) 완전하게 새로운 창작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자신이 영향 받은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할 뿐. '불한당'은 엄청나게 많은 래퍼런스들이 떠오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빠진 '불한당'만의 스타일이 명확히 존재한다.감각적으로, 감정적으로 관객을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주연배우만큼 눈이 많이 갔던 것은 전혜진과 김희원이다.두 배우 모두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 것은 알지만, 특히 '불한당'에서 맡은 캐릭터는 그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전혜진은 맹목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과 대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면서 선악의 기준에 대해서 계속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김희원에게서 거친 장.. 더보기
사랑을 놓치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여백이다. 컷과 컷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을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주는 암시로 채울 수도 있지만, 관객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으로 채워나가기도 한다. 특히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 멜로영화에 경우에는 더욱이나 그렇다. 내가 이 영화를 그리 안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영화의 여백을 내 개인적 경험으로 채우기 힘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단 이 영화에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답답했다. 조연 캐릭터들은 대부분 사족처럼 느껴졌고, 재미도 없고 흐름을 뚝뚝 끊는 튀는 대사들, 멜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클리셰가 영화 속에 등장하고, 김연우의 노래가 흐르는 부분은 노래 자체가 튀다보니 영화가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가치는.. 더보기